바르셀로나 민박집에 묵을 때 였다. 저녁식사 후, 주인아주머니와 숙박객들이 간단한 음주와 함께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아주머니께 스페인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곳이 어디였는지 여쭤보았을때 대답하신 곳이 론다였다. 그전까지는 론다에 대해 아는 바도 없었고, 여행책자에도 간단한 설명밖에 없었다.


그라나다에서 버스를 타고 말라가를 거쳐 론다에 도착했다. 말라가는 피카소가 태어났으며 지중해의 아름다운 항구로 유명한 도시지만 대도시보다는 이 작은 도시가 더 끌렸다.


오후 느지막한 시간에 도착한 론다는 짙푸른 하늘과 하얀 집들이 하루의 마지막 햇살을 받아 눈이 부실지경이었다. 작은 도심에서 약간 벗어난 곳에 숙소를 잡고 하루종일 버스를 타느라 부실했던 식사를 만회하기 위해 어제 검색해 둔 론다의 훌륭하다는 레스토랑을 찾아 골목을 헤맸다.




작은 골목에 위치한 레스토랑을 찾았을 때는 아직 문을 열기 전이었다. 문을 열고 들여다보자 저녁 영업을 준비중인 뚱뚱한 스페인 아저씨가 무뚝뚝하게 밖에 있는 테이블에 앉아 있으라 손짓으로 가리켰다. 잠시 앉아 있자 기본 메뉴 올리브와 메뉴판을 가져왔다.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까지 지중해에 접한 국가들은 올리브를 무척 많이 먹었다. 그냥 담은 것을 먹기도 하고 각종 요리에 넣기도 한다. 그리고, 올리브가 발효된 상태에 따라 종류도 무척 많았다. 이들 나라들에서 올리브의 위치는 우리나라의 김치와 정확하게 일치한다.


그리스에서는 적응이 되었는지 느끼한 음식을 먹을 때 가끔 먹긴 했지만 그리 좋은 줄 몰랐는데 몇 개월간 조금씩 꾸준히 먹다보니 이 사람들이 왜 올리브를 먹는지, 그리고 이게 어떤 맛인지 알 수 있게 되었다. 론다의 레스토랑에서는 인심 좋게도 푸짐한 양의 올리브를 기본으로 가져다 주었다.


껍질이 얇은 새우가 들어간 샐러드

새우도 꽤 많은데다 껍질이 얇아서 껍질채로 먹어도 괜찮았다.


알이 굵은 홍합 샐러드

홍합은 크고 맛있었지만 양이 많지 않은게 아쉽다


짭짤한 맛의 오징어 튀김

우리의 오징어 튀김과 거의 똑같다


이름을 잊어버린 생선튀김


샐러드와 튀김, 빵과 와인으로 훌륭한 저녁식사를 했다. 스페인의 음식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입맛에 잘 맞는다. 주로 고기를 많이 먹는 유럽국가들과 달리 스페인은 다양한 해산물 요리가 있고 상대적으로 물가도 저렴해서 주머니 걱정없이 이런저런 음식들을 맛보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이른 저녁식사를 마치고 도심을 느긋하게 산책하다보니 론다의 유명한 다리 Puente Nuevo에 이르렀다. Puente가 Bridge, Nuevo가 New 라는 뜻이니 무슨 다리 이름이 이렇게 붙였나 싶었는데, 이 깊은 협곡에 놓인 다리가 1700년대 말에 지어졌다는 것에 놀랐다.






전망대에서 해가 지는 광경을 보고 있으려니 언제부터인지 거리의 악사가 기타를 연주하고 있었다. 워낙 기타로 유명한 나라여서 그런지 거리의 악사지만 연주하는 솜씨가 무척 훌륭하게 들렸다. 해지는 광경은 항상 사람의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고 조금은 감상적으로 만든다. 그런 상태에서 감정을 자극하는 기타 연주곡을 들으니 무료로 듣고 있는게 미안한 마음까지 들었다. 작은 사례라도 할 수 밖에.


지금 생각해보면 그 악사의 마케팅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다시 거기서 해지는 광경을 보며 기타 연주를 듣겠냐고 물어보면 망설임없이 그때 했던 사례의 10배를 하더라도 그럴 것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만큼 특별하고 감미로운 경험이었다.


전망대에서 Puente Nuevo로 걷다보니 까마득하게 깊은 협곡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 곳보다 훨씬 깊고 넓은 협곡이 많지만 이런 협곡을 사이에 두고 도시가 지어진 것이 놀랍다. 몇 달전 봤던 이탈리아 소렌토의 지형과 매우 흡사했다.




Puente Nuevo, 

이전에 있었던 다리 대신, 새롭게 만들어진 다리라 그랬겠지만 

이 정도로 훌륭하게 만든 다리라면 멋진 이름이라도 하나 지어주었다면 좋았을걸





처음 도착했을 땐 더위와 햇살 때문에 텅 비어있던 광장이 사람들로 붐볐다. 작고 조그만 이 도시는 이제부터 하루를 시작하는 것 같았고, 스페인의 하늘은 밤하늘마저 짙푸른 색을 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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