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튿날은 협곡 아랫쪽 론다의 옛날 마을에서부터 하루일정을 시작했다. 이날도 아침부터 구름 한점없는 맑은 하늘과 강렬한 햇살이 내리쬐고 있었다.


유럽의 도시나 마을 광장에서 종종 볼 수 있는 공공수도


협곡을 꼬불거리며 내려 온 길은 다른 마을과 도시로 이어져있다.



Puente Nuevo가 지어지기 전부터 사용되지 않았을까 싶은 오래된 다리








길은 협곡 위로 통하는 오르막 길로 이어진다


조금은 위태로운듯 보이는 절벽위의 집들




협곡 아래에는 예전에 사용했을 우물과 용도를 알 수 없는 작은 집(물레방앗간?)이 있고, 절벽 중간에는 그쪽으로 통하는 작은 길이 있었다. 그 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도 종종 보였지만 내려가고 싶은 생각은 별로 들지 않았다.


Puente Nuevo는 표를 사서 다리 안으로 들어갈 수 있게 되어 있다. 간단한 전시물밖에 없어서 볼거리는 별로 없지만 다리 밑 그늘에 앉아있으면 협곡을 통과하는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오기 때문에 지친 다리를 쉬었다 가기에는 그만이다.




론다의 또다른 명물은 투우 경기장이다. 론다는 투우의 발상지로 알려진 곳이다. 투우가 언제,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기원은 명확하지 않지만 현대 투우의 창시자로 알려진 '프란시스코 로메로'가 이 곳 론다 출신이며, 역대 론다 출신의 스타 투우사들이 많았다고 한다. 게다가 스페인에서 가장 오래된 투우장 중에 하나가 이 곳 론다에 있다.


지금도 축제 기간에는 투우 경기를 하는데 그 외에는 투우와 관련된 역사적인 자료나 유물을 전시해 놓은 기념관으로 사용된다. 재미있는 자료들이 많기 때문에 론다를 방문한다면 꼭 들러볼만한 곳이다.


관람석 밑으로 투우장을 빙둘러 전시물이 진열되어 있다.


투우에 대해 아는바가 전혀 없더라도 당시의 투우 포스터, 그림, 사진, 유명한 마타도르의 물품 등 다양한 전시품들이 있어서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스페인, 포르투갈, 프랑스 남부, 그리고 라틴 아메리카에서 행해지던 투우는 현재 일부 지역이나 축제 기간을 제외하고, 동물을 학대하는 잔혹한 문화라는 이유로 금지되었거나 반대되고 있지만 이것 또한 이들의 문화이기 때문에 무엇이 옳다 그르다로 분명하게 나누기 어려운 문제다.



마치 로마시대 원형경기장과 같은 모습이다.

고대 검투사들끼리의 목숨을 건 결투가 투우로 바뀐 것은 아닐까 싶을만큼 비슷하다.


투우장까지 둘러보고 나니, 점심시간이 훨씬 지나있었다. 어제 먹었던 론다의 음식들이 만족스러워서 이번에는 타파스 레스토랑에서 이것저것 골라 먹어보기로 했다. 하얀색의 인테리어도 깔끔하고 어제의 레스토랑보다 가격이나 분위기가 고급스러웠지만 문제는 음식맛이 훨씬 못했다는 것이다.


부실하고 불만족스러웠던 점심식사를 보충하기 위해 저녁에 찾은 곳은 숙소주변에 있는 낡은 식당이었다. 숙소가 도심에서 약간 벗어난 곳에 있어서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곳이 아닌, 현지인들로 붐비는 레스토랑을 찾을 수 있었다.




낡은 테이블과 단골들이 마시다 맡겨놓은 듯한 술병들이 정겹다. 시끄러운 곳을 유난히 싫어하지만 오래된 식당이나 술집의 번잡함, 시장의 활기찬 분위기는 유별나게 좋아한다. 문제는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곳이 아닌 레스토랑에서는 웨이터와 대화가 잘 되지 않으니 대충 짐작으로 음식을 시켜야한다는 것이다.(메뉴판에 음식 사진이 있거나 영어로 설명되어 있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 하지만 자신이 시킨 음식이 무엇으로 만든 어떤 모양의 음식인지 기대하게 만드는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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