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도스는 한마디로 매력적인 곳이다.

기원전부터 그리스 문명이 싹튼,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로도스의 거상이 있던 곳이며, 십자군 전쟁의 최전방으로 중세 도시 유적이 잘 보존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며, 내가 본 지중해에서 가장 아름답고 깨끗한 바다까지...

이런 매력을 갖고 있지만 너무 상업적이지도 않고, 부산스럽거나 번잡하지도 않다. 게다가 유럽치고는 물가까지 저렴하니 석달동안 있었던 유럽의 여러 도시들중에 최고였다고 할 수 있다.


로도스의 거상(위키백과)

기원전 407년경 로도스섬은 도시국가연합(Rhodo-Egyptian)의 수도로 건설되어 상업적으로 번성하고, 그들의 주요한 동맹국(Ialysos, Kamiros, Lindos)과 함께 지중해 유수의 무역중심지였다.

기원전 305년 마케도니아의 데메트리오스 1세는 동맹을 깰 방법으로 도시를 관통할 수 없게 로도스를 포위하였다. 그러나 도시국가연합은 마케도니아를 무찔렀고, 그들의 단일성을 축하하기 위하여 장비를 팔아 모은 돈으로 높이 36m의 태양의 신 헬리오스의 청동상(철로 보강하고 돌로 무게를 더함)을 세웠다. 이 거상은 후일 로도스의 거상으로 불리게 되었다.

상상에 의해 만든 한 돋을새김 작품이 표현하듯이 한 손으로 두 눈을 가리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 작품이 항구 입구에 양다리를 벌리고 서 있기는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렇게 되어 있었다는 많은 사람들의 잘못된 믿음은 중세시대부터 시작되었다.

거상의 건설은 린두스 시(市)의 카레스가 12년에 걸려 기원전 282년에 끝마쳤다. 이 거상은 기원전 225년경 지진에 의해 파괴되었고, 거의 한 천년간동안, 상이 파괴된 채로 놓여 있었다.

그리고 결국 서기 654년 아랍인이 로도스를 침범하여 부서진 대거상의 나머지를 분해하였으며, 그것들을 시리아의 한 부유한 유대인에게 판매함으로써 거상은 완전히 소멸되었다.

[로도스의 거상 상상도, 위키백과]

거상이 두 다리를 딛고 있었을거라 예상하는 자리에 지금은 암수 사슴 동상이 서 있고, 그 사이를 요트나 범선이 지나다니고 있다. 그리고 현지인들은 여기서 데이트를 즐기거나 한가로이 낚시를 한다.


뭐니뭐니해도 로도스를 가장 유명하게 만든 역사적인 사건은 오스만 투르크에 의해 콘스탄티노플(현재 이스탄불)이 함락되면서 동로마제국이 멸망한 뒤, 이슬람 세력에 맞서기 위해 성 요한 기사단이 여기에 주둔한 것이 아닐까.

로도스에는 그리스 시대의 유적부터 중세시대 성 요한 기사단이 주둔하던 시절 성채의 모습이 너무도 잘 보존되어 있는데, 성은 왕족이 살기위해 아름답게 지어진 성이 아니라 전투를 위한 성답게 두터운 성벽과 넓은 해자, 포탄으로 썼음직한 크고 둥근 돌들이 아직도 남아 있다.

그리고, 성 안에는 대부분 유럽의 성처럼 관광객을 위한 기념품점이나 박물관만 있는 것이 아니라 아직도 그때 지어진 건물안에서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다.

[마차가 드나들었을 성문으로 지금은 자동차가 다니고 있다.]

골목골목을 다니다보면 중세 시대를 배경으로한 영화 세트장에 있는듯한 느낌마저 갖게된다. 낡고 바스러지는 벽돌조차 대단한 유물처럼 생각되며, 무엇보다 아직도 대부분의 집에서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게 놀랍다.

[각국에서 온 기사들이 주둔했던 기사의 거리]

성 요한 기사단은 예루살렘을 순례하는 순례자들의 치료를 목적으로 조직된 병원 기사단에서 시작하여 1차 십자군 전쟁 당시에 군사적인 조직으로 변하였으며, 예루살렘에서 쫓겨난 후로는 로도스에 근거지를 두었으며 로도스 공방전에서 오스만 투르크에 패한 후에는 몰타로 건너갔다. 그래서, 성 요한 기사단을 로도스 기사단, 몰타 기사단이라고도 한다. 로도스에는 이 기사들이 주둔했던 거리가 있고, 기사단의 본거지였던 성이 박물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성요한 기사단의 본거지인 성과 그 내부]

[성 곳곳에 포탄으로 사용되었음직한 커다랗고 둥근 돌, 현재는 차도와 인도를 분리하는 경계석으로 쓰이는듯]

[내성과 외성을 구분하는 넓은 해자는 현지인들의 피크닉 장소가 되었다.]

[기념품조차 고대 그리스와 중세 기사단과 관련된 물건이 대부분이다]


로도스의 마지막 매력은 너무나 깨끗하고 푸른 바다이다. 
이번 여행을 하면서 지중해 여러 곳을 다녔지만 로도스 바다만큼 깨끗하고 푸른 곳은 볼 수 없었다.
로도스 이후에 갔던 그리스 산토리니, 이탈리아의 소렌토, 아말피, 카프리, 베니스 영화제가 열리는 리도섬의 해변, 바르셀로나 등등이 모두 이름난 해변이었으나 나에겐 로도스보다 나은 곳은 없다.

로도스 항에는 수만톤 급의 거대한 유람선부터 유럽 각지에서 모여드는 크고 작은 요트가 정박해 있다. 그렇지만 항구의 물빛조차 투명해서 바닥이 비칠정도였고, 배 그늘 밑에 수없이 많은 치어들이 다니고 있었다.

[항구 바로 옆에서 스노클링을 하다 휴식을 취하고 있는 아저씨]

[배가 정박한 곳의 물빛이란게 믿어지지 않을만큼 깨끗하다.]

5월의 로도스 해변은 한가롭다. 물이 조금 차긴 했지만 충분히 해수욕이 가능한 정도였고, 무엇보다 물은 깨끗하고 태양은 뜨거웠다.

내가 로도스를 방문했을 때는 성수기 직전인 5월초여서 그런지 숙박비가 유럽이라 할 수 없을만큼 쌌다. 부엌이 딸린 콘도식 숙소가 직전에 방문했던 터키 어떤 곳의 호스텔보다도 저렴했다.
대형 마트에서 먹을 것을 사서 아침, 저녁을 해먹고, 낮에는 해변에서 해수욕을 하거나 중세의 골목을 어슬렁 거렸다. 5일 동안 너무나 즐거웠던 나에게 유럽 최고의 여행지가 로도스다.

로도스는 그리스에 속하지만 터키와 매우 가깝다. 터키 보드룸에서 그리스 코스를 거쳐 대형 카페리인 블루스타 페리를 타고 로도스에 도착할 수 있다.

카페리를 이용하여 로도스에서 아테네의 다른 섬(크레타, 산토리니 등)으로 갈 수 있으나 비수기라면 미리 표를 예매하는 것이 좋다. 내가 방문했던 5월도 비수기에 속했기 때문에 처음에는 2,3일만 머무를 예정이었으나 표가 없어서 5일을 머무를 수 밖에 없었지만 나중에는 떠나기가 무척 아쉬웠다.(성수기는 6월부터)

여행은 복불복이라 어쩔 수 없이 머무를 수 밖에 없었던 곳이 여행중에 잊기 힘든 좋은 인상을 주기도 하고, 무척 가보고 싶었던 곳이었지만 서둘러 떠나게 만들기도 한다. 좋은 여행지와 그렇지 않은 여행지는 여행자의 성격과 취향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지 절대적인 기준이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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