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레메는 터키 아나톨리아 고원의 카파도키아 지역에 있는 도시이다. 이스탄불에서 야간 버스를 타고 12시간 후, 괴레메에 도착한다. 정확하게는 괴레메에 내리면 안되고 조금 더 가서 조그만 마을에 내리면 된다. (터키의 장거리 버스는 벤츠사의 버스였는데, 깨끗하고 멋지게 생겼으나 좌석도 좁고 매우 불편하다.)

카파도키아 일대는 신비로운 풍경으로 유명하지만, 아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로마시대에 박해를 피해 기독교인들이 숨어살기 위해 정착한 곳으로, 7세기 경에는 이슬람 세력의 지배하에 들어가면서 동굴이나 바위를 파거나 땅밑에 지하도시를 만들어 수백년 동안 숨어살아온 곳이다.

[언덕에서 바라본 괴레메 마을]

4월말 괴레메는 비수기였기 때문에 마을이 조용하고 한적했지만 성수기에는 꽤 붐빈다고 한다. 그리고 4월이었음에도 한낮에는 눈부신 햇볕으로 여름을 방불케 했다.

이 지역은 대중교통이 불편하기 때문에 단체투어를 싫어하는 여행자라 하더라도 투어를 하는게 좋다. 일단, 맘에 드는 투어를 한 후에, 시간이 된다면 개인적으로 트레킹 삼아 돌아다니는걸 추천한다.

대표적으로 그린투어, 레드투어, 로즈밸리 투어, 열기구 투어가 있다. 레드투어는 선호도가 그리 높지 않아서, 열기구 투어는 자금의 압박으로 포기했다.


로즈밸리 투어

로즈밸리 투어는 오후 느즈막하게 시작해서 마을 가까이에 있는 로즈밸리를 걸어서 돌아보고 해가 질때쯤 돌아오는 투어로 호불호가 갈리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꽤 만족스러운 투어였다. 괴레메 마을의 여행사나 숙소에서 문의하면 된다.

[한국말도 곧잘하던 유머러스한 가이드 아저씨]

[마을에서 여행사 승합차를 타고 골짜기 근처에서 내린 뒤, 바위 사이로난 오솔길을 걸으면서 투어를 시작한다.]

로즈밸리 투어는 오후 해지기 전에 두어시간 동안 로즈밸리를 천천히 걸으며 카파도키아의 독특한 지형과 여기서 숨어 살던 기독교인들이 만들어 놓은 생활공간, 교회 등을 구경하고 마지막으로 석양을 본 뒤에 괴레메로 복귀하게 된다.

로즈밸리 투어뿐만 아니라 그린투어 중에도 그리고 괴레메 마을 어디에서도 구멍이 뚫려있거나 내부 공간이 밖으로 드러난 바위산을 쉽게 볼 수 있다. 

바위는 과거 화산재와 용암으로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손으로 조금만 압력을 가해도 쉽게 바스라졌다. 박해 받던 기독교인들이 이 바위산을 파서 내부에 생활공간을 만들었던 것인데 예전에는 밖에서 보이지 않도록 되어 있었으나 오랜 시간동안 거친 기후와 바람으로 풍화되어 지금과 같은 모습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곳이 로즈밸리. 붉은 빛을 띈 암석이 많아서 이름붙여진것 같다.]

관광객이 많이 찾지 않는 곳이기 때문에 조용하고 한적했으며, 독특한 색깔의 암석이 지는 태양을 받아 더욱 아름답게 빛났다. 처음보는 광경이 매우 아름답고 신비롭기까지 했다.

종교에 의한 광기로 많은 사람이 생명을 빼앗기고 고통받지만, 종교로 인해 살아가는 힘을 얻고 고통과 고난을 감내하기도 하는게 아이러니하다.

바위를 파서 만든 교회 내부에는 예수와 성모를 포함한 성인들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 후에 이슬람 세력에 의해 성인들의 얼굴이 훼손당했다고한다. 

이런 그림들을 그리는데 중요한 원료가 비둘기똥이란다. 비둘기는 마음놓고 돌아다닐 수 없었던 기독교인들이 서로 연락을 하기 위한 수단으로 키우기도 했지만, 비둘기똥은 그림을 그리기 위한 물감으로도 난방을 위한 연료로도 사용되었다.

지금도 바위를 파서 만든 집 내부에는 위의 사진처럼 비둘기집이 그대로 남아 있다.

로즈밸리 투어중에 오렌지주스나 간단한 요깃거리를 파는 곳에서 잠시 쉬는데 이곳도 예전 바위집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이곳의 기후는 혹독했다. 그랬기에 이런 자연의 걸작을 볼 수 있는 것이지만... 갑자기 불어온 모래 바람으로 눈을 뜨기 힘들 정도라 모두 가게 안으로 대피해야했다.

[지는 태양빛을 받아 계곡이 붉게 물들었다.]

돌아오는 길에 초원에서 여우를 보기도 했고, 좋은 날씨에 석양도 무척 아름다웠다.

투어중에서 가격도 제일 저렴한 편이었으며 걸어서 보는 것을 좋아하기에 개인적으로는 로즈밸리 투어가 무척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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