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도사 게스트하우스 입구에는 투어를 소개하는 브로셔들이 벽면에 빼곡하게 붙어 있었다. 그만큼 이곳에 여러가지 볼거리들이 많다는 이야기다. 그중에서 어제 와이너리 투어에 이어서 멘도사 주변 몇 군데를 하룻동안 돌아보는 투어를 예약했다. 정확한 투어이름은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투어가 대부분 안데스 산맥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내맘대로 안데스 투어라고 이름붙였다.
이른 새벽, 여행사 승합차에 올랐다. 한참을 달려 막 해가 뜬 직후,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길가에 차를 세웠다. 이미 파타고니아에서 여러 아름다운 호수와 산들을 봤기 때문에 특별히 아름답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새벽부터 승합차에 구겨져있던 몸을 펴고 상쾌한 공기를 들이마시니 그제서야 잠이 깨고 정신이 돌아오는 기분이었다.
호숫가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승합차는 꽤 긴 시간을 달렸다. 스마트폰으로 지도를 보니 며칠 전 산티아고에서 멘도사로 왔던 길을 되짚어 올라가는 것 같았다. 당시에는 구불구불한 길을 달리는 버스안에서 지쳐서 잠들었기 때문에 보지못하고 지나쳤던 주위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멀리 눈덮인 안데스의 높은 산이 보인다.
그다지 높아보이지 않지만 대부분이 5,6천 미터가 넘는 산들이다.
가다보니 창밖으로 독특한 지형이 눈에 띄었다. 많지는 않지만 물이 흐르는 것으로봐서는 하천임이 분명한데 강폭에 비해 수량이 무척 적었다. 그리고, 넓은 강폭의 양쪽은 깎아지른 절벽이었다. 사진에서는 절벽이 그다지 높아보이지 않지만 실제로 꽤 높아서 수십미터는 될 것 같았다. 특정한 일부분만 이런게 아니라 이날 봤던 대부분의 하천이 이런 모양을 하고 있었다. 도대체 어떤 지질학적인 혹은 환경적인 영향으로 이런 모양의 하천이 생겼는지 궁금했다.
한참을 달린 승합차는 포장이 잘된 도로에서 벗어나 비포장도로 산길을 조금 달려서 아무것도 없이 황량해 보이는 곳에 멈췄다. 처음에는 여기서 뭘 보라는지 몰라 어리둥절했지만 가이드가 가리킨 곳을 바라보니 돌로 만든 무너질듯 낡은 다리가 하나 보였다.
옛날 스페인으로부터의 독립을 위해 해방군들이 안데스를 넘을 때 이용했던 다리라고 하는 것 같았다. 글을 쓰면서 자세한 내용을 찾아보려고 잠깐 구글과 위키에서 자료를 찾아봤지만 쉽게 찾을 수가 없었다. 개인적인 궁금증 때문에 좀 더 시간을 들여 찾아보고 내용을 업데이트해야 할 것 같다.
그 옛날 빈약한 장비와 무기를 가지고 이 거대하고 험한 안데스 산맥을 넘었을 해방군들을 생각하니 그들의 고생스러웠을 여정이 만주에서 일본의 침략에 맞서 싸운 우리 독립군들의 모습과 겹쳐지며 왠지 엄숙한 기분이 들었다.
위 사진의 동판에 쓰였다시피 역사적인 다리(Historico Puente)라고 기념하면서도 주변에는 다리를 보호하기 위한 어떤 시설물도 눈에 띄지 않았다. 아무도 지나지 않을 것 같은 황량한 곳에 낡은 다리만 덩그러니 있어서 모르는 사람은 보고도 그냥 지나칠 수 밖에 없을 것 같았다. 아르헨티나 정부가 관리할만한 여력이 안되어서인지, 역사적인 기념물이라 하더라도 세월이 지남에 따라 낡아가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다시 한참을 달려 도착한 곳은 잉카의 다리(Puente del inca)였다. 이 곳은 계곡에 거대한 자연석이 다리처럼 가로놓여진 곳이었다. 그 아래에 옛날 안데스 산맥을 넘는 사람들이 묵었던, 지금은 사용되지 않는 건물이 있다. 다리가 누런색을 띄게 된 것은 유황성분 때문인데, 잉카인들도 이용했다는 뜨거운 물이 나오는 온천이 있다.
멘도사에서는 구름 한점 없던 하늘이 안데스 산맥 높이 올라오자 구름으로 가득했고 찬바람이 심하게 불었다.
이 곳을 찾는 여행자에게 팔 목적으로 근처에서 나는 흙으로 빚은 간단한 토기나 장식물을 팔고 있었는데 인기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에 나오는 캐릭터 모양의 토기와 최후의 만찬을 모티프로 예수와 12제자가 식탁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장식물도 있었다. 예수와 12제자가 모두 인디오라는 것이 재미있었다.
다시 승합차를 타고 한참을 달려 남미 최고봉이자 남반구 최고봉인 아콩카과 기슭에 도착했다. 6900미터가 넘는 고산이기 때문에 등반을 하려면 허가를 받고, 가이드를 고용하고, 준비를 철저히 해야하지만 투어는 아콩카과 봉우리가 잘 보이는 기슭까지만 완만한 경사를 오르면 된다. 그렇지만 이 기슭이 이미 고산병이 시작되는 해발 3000미터를 훨씬 넘는 곳이라 완만한 경사지만 오르다보면 이상하게 몸이 무겁고 머리가 멍한 증상을 겪에 된다.
이날 심한 구름과 바람으로 아콩카과의 봉우리를 확실하게 확인할 수는 없었다. 그냥 저 봉우리인가보다 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급격한 날씨와 기후변화만으로도 높은 산이라는 느낌을 받기에는 충분했다.
돌아오는 길에는 형형색색의 바위산들을 구경하느라 지루한 줄 몰랐다. 푸르고, 검고, 붉은 바위들이 거대한 산을 이루며, 그 위로 구름이 만들어낸 그림자가 다양한 색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한때, 칠레와 아르헨티나가 안데스 산맥을 뚫고 철도를 놓으려 했다고 한다. 칠레는 대서양으로, 아르헨티나는 태평양으로 물자를 수송하기 위해서는 남미대륙을 밑으로 빙돌아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거대한 안데스 산맥을 뚫고 철도를 연결하기 위해서는 당시의 기술도, 자금도 부족했기 때문에 중단되었고, 지금은 당시 건설하던 흔적만 간혹 볼 수 있다.
멘도사에서는 사흘동안 머무르며 두가지 투어를 했을뿐이지만, 이 투어들이 무척 만족스러웠다. 특히, 와인을 좋아하는 여행자라면 개인적으로 유명 와이너리를 찾아다니며 취향에 맞는 와인을 골라보는 것도 즐거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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