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타카마 사막을 끼고 있는 이 마을에 여행자들이 몰리는 이유는 여럿이다. 첫째는 칠레쪽에서 우유니 2박 3일 투어가 시작되는 출발점이기 때문이며, 두번째는 아타카마 사막을 중심으로 여러가지 투어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도 이곳에서 소금호수 투어와 사막투어(달의 계곡 투어)를 하기로 했다.(별을 보는 천문대 투어도 무척 하고 싶었는데 여행사를 찾지못하다가 우유니 투어를 하기 전날에야 우연히 발견하는 바람에 결국 하지 못했다.)


일반인들에게는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아타카마 사막은 울트라마라톤이나 트라이애슬론을 하는 철인들에게는 꽤나 알려진 곳이다. 고비사막 마라톤, 사하라사막 마라톤과 함께 아타카마사막 마라톤은 세계 3대 사막 마라톤에 속하기 때문이다. 


이 아타카마 사막은 세계에서 가장 건조한 곳이라는데 비가 온 흔적조차 찾을 수 없다고 한다.(위키에서는 이곳이 2000만년 동안 건조 상태를 유지해 왔다고 하며, 건조한 기후로 유명한 캘리포니아의 데스밸리보다 50배나 더 건조하다고 한다. 건조한 정도를 몇 배라고 측정할 수 있는 기준이 무엇인지는 모르겠다.) 해발 고도가 높고 건조하다는 이유로 별을 관측하는데는 최적의 장소라서 세계적인 규모의 망원경을 갖춘 천문대가 있다.


사실 아타카마는 볼리비아의 국토였지만 19세기 페루와 볼리비아 연합군과 칠레 사이에 벌어진 전쟁에서 칠레가 승리함으로써 칠레의 국토가 되었다. 그리고, 볼리비아는 태평양에 접한 해안선을 잃고 내륙국이 되어버렸다. 칠레는 은근 주변국들과 여러번 전쟁을 하였으며, 그로인해 획득한 국토가 꽤 되는 것 같다.






워낙 건조한 곳이라 그런지 아침부터 구름 한점 볼 수 없는 파란 하늘이 펼쳐졌다. 왠지 햇살도 자외선을 듬뿍 담고 있을 것 같았다. 투어를 신청할 겸, 마을 중심가로 가서 간단히 아침을 먹었다. 역시나 비싸고 양도 적었다. 귀찮더라도 이 곳에서는 무조건 숙소에서 만들어 먹는게 남는 것 같다. 그런데, 음식 을 만들 재료도 다른 곳보다 비싸고 귀하다는게 문제다.


쳇, 이 얇은 팬케익 두장으로 끼니가 될리가...



마을 중심가에는 여행사, 기념품점, 레스토랑이 몰려있다. 의도하진 않았지만 숙소를 중심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잡았는데 사람이 없는 덕분에 조용해서 좋았다. 숙소는 화장실과 부엌이 별도의 건물에 있어서 불편했던 점을 제외하면 좋은 곳이었다. 특히나 주인 아저씨가 정원을 열심히 관리하는지 이 건조한 곳에서도 나무를 제법 심어두었고, 꽃도 피어있었다. 소금호수 투어가 시작되는 오후까지 정원 벤치에서 느긋하게 시간을 보냈다.




자세히 보면 조금 조잡하지만 멀리서 보면 알록달록 예쁘다.


소금호수 투어는 오후 느지막히 시작했다. 여행사 승합차를 타고 도착해서 처음 한 것은 소금호수에서 수영하기였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소금호수는 이스라엘의 사해다. 사해는 워낙 크기도 하고, 성경책에도 등장하는 곳이라 모르는 사람이 드물지만 세계 각지에는 사해처럼 염분이 높아서 몸이 뜨는 호수가 여럿 있다. 수영을 하지는 않았지만 이집트 바하리아 사막투어를 할 때도 소금호수를 갔었고, 이 곳 아타카마에도 소금호수가 있었다.


어렸을 때 사해에 둥실떠서 신문을 펼쳐든 남자의 사진을 보고 신기해했었는데 30년이 지나서 그런 경험을 해보게 되었다.



굳이 수영을 하지 않더라도 멀리 아타카마를 둘러싸고 있는 안데스의 눈쌓인 봉우리들과 사막 한가운데 펼쳐진 파란 호수들이 만들어내는 광경도 멋있었다.


일반적인 호수처럼 서서히 깊어지는게 아니라 싱크홀처럼 갑자기 푹 꺼져있기 때문에 처음에는 과연 뜰까, 안뜨면 짠물만 들이켜는게 아닐까 하는 걱정도 있었다. 하지만, 가이드는 염분이 너무 높기 때문에 눈에 소금물이 들어가면 위험하니 머리를 담그지마라, 가라앉으려고 해도 그럴 수 없을테니 안심하라고 설명했다.


설명을 듣고 사람들은 호숫가에서 겉옷을 훌훌 벗고 슬금슬금 호수 안으로 들어갔다. 우선 배영을 하듯이 하늘을 보고 호숫물에 드러누웠다. 과연 물이 몸을 밀어올리듯 가뿐하게 몸이 떴다. 머리를 들고, 양팔을 들어 흔들어도 가라앉을 기미가 없었다. 호수에 들어온 사람들 모두 신기하고 재밌는지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다. 물에 떠서 자기 발을 손으로 잡아도 가라앉지 않았다. 물 밖에 있는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고, 양손에 브이자를 그리고 사진을 찍었다. 


어린아이가 되어 한참을 즐겁게 놀다가 물밖으로 나오니 차갑고 건조한 바람이 몸에 묻은 물기를 금방 말려버렸다. 급히 수건으로 몸을 닦아도 마른 물이 소금으로 온 몸에 남아서 하얗게 뒤덮었다.



다음으로 간 곳은 싱크홀처럼 생긴 작은 호수였다. 이곳은 몸이 뜰 정도의 소금호수는 아니기 때문에 머리를 담궈도 된다며, 다이빙을 하고 싶은 사람은 뛰어내리란다. 몇몇의 젊은 여행자들이 신나게 다이빙을 하는걸 보면서 나도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깊은 물에 익숙하지 않은데 혹시 민폐라도 끼칠까 싶어 차마 뛰어들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커다란 소금 호숫가에서 여행사에서 준비한 간단한 간식거리를 먹으며 일몰을 보는 것으로 투어가 끝난다. 





열정적으로 설명하는 전형적인 남미남자 스타일의 가이드


가이드가 여행자들에게 열심히 설명하는 동안 운전사는 차 옆에 페루의 전통술 피스코 사워와 견과류, 과자 등을 차려 놓았다. 제대로 만든 피스코 사워인지 모르겠고, 안주거리도 대단치않지만 이곳의 독특한 풍경을 보며 야외에서 기분을 내기에는 충분했다.





해가 산으로 넘어가며 만들어내는 노을을 보고 있다가 문득 반대편 산들을 보니 온통 붉은 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항상 지는 해를 보며 노을만 아름답다고 생각했었는데 오히려 신기한 광경은 그 반대편에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산들이 밝은 붉은 색에서 조금씩 진해지다가 까맣게 되는 모습이 꽤 인상적이었다.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가이드는 각국에서 온 여행자들에게 그 나라의 노래를 한마디씩 시켰다. 그러다가 칠레 차례가 되자 칠레 사람들이 모두 일어나 자기네 애국가를 신나게 불렀다. 다들 웃고 떠들고 즐거운 분위기가 되었다.



돌아오는 중에 해가 완전히 지고 사방이 어두워졌다. 재밌는 것은 해가지면 하늘보다 땅이 먼저 새카매진다는 것이다. 지평선으로 넘어간 해가 하늘로는 아직 빛을 보낼 수 있지만 땅에는 그 빛이 도달할 수 없으니 그런가보다. 당연한 사실인데 항상 전기가 들어오는 밝은 곳에 살 때는 알 수 없었다. 이렇게 아타카마에서 두번째 날이 저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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