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의 아타카마에서 출발해 볼리비아의 우유니까지 2박 3일간 우유니 소금사막을 비롯해 에두아르도 아바로아 국립공원을 둘러보는 투어를 시작했다. 전날 여행사에서 일러둔대로 인당 5리터짜리 커다란 생수통을 들고 숙소앞에서 여행사 버스를 기다렸다. (투어는 대개 해발 3000미터 이상, 최고 5000미터 넘는 곳에서 진행되는데다 무척이나 건조하기 때문에 수분섭취를 꾸준히 해줘야 한다. 그래서 여행사마다 여행자에게 커다란 생수통을 필수적으로 챙겨서 올것을 당부한다.)
칠레를 떠나 볼리비아로 가는 날도 어김없이 맑았다. 아타카마에서 흐린날이란 게 있기나 한건지...
아타카마를 출발한 여행사 버스가 도착한 곳은 볼리비아 출입국 사무소와 국립공원 관리소였다. 거기서 간단한 절차를 마치면 여행사의 4륜구동 SUV에 탑승할 인원을 배정해준다. 내가 배정받은 차량에는 좌석이 3열인 SUV에 6명이 탑승했는데 사람이 많으면 운전사를 제외하고 7,8명도 배정할 것 같았다. 그리고, 여행사에서 준비한 간단한 빵과 음료수로 아침식사를 하면서 2박 3일간 같이 여행할 사람들과 인사를 하고 얼굴을 익힌다. (다른 사람과 어울리기를 원치 않는 여행자라도 좁은 차 안에서 2박 3일간 같이 시간을 보낼 사람들이므로 이때 일단은 충분히 좋은 인상을 심어두는게 좋다. 그러지 않으면 2박 3일간 혼자서만 외롭게 투어를 해야하는데다 고산병으로 힘들때도 아무도 챙겨주지 않을지 모른다.)
하루종일 사륜구동차를 타고 비포장 도로를 달리며 국립공원의 이곳저곳을 다니다가 오후 늦게 숙소에 도착하는 일정이기 때문에 생리현상은 적당히 잘 조절하거나 자연에 해결해야 한다. 그래서, 식사 후 출발하기 전에 볼일을 봐둬야하는데 이 곳에는 여행자들에게 아주 유명한 화장실이 있다.
위 사진에 보이는 낡은 버스 껍데기 뒷편이 화장실이다. 따로 지어진 화장실이 없는데다가 사방이 훤히 뚫린 곳에서 사람들의 눈을 피할 수 있는 곳은 저 버스 뒤가 유일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화장실이 되어버린 것 같다. 소변을 보려고 뒤로 갔더니 거기는 온통 지뢰밭이었다. 수많은 덩어리들이 건조한 사막에서 썩지도 않고 화석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았다. 당시에는 생각보다 많은 덩어리 숫자에 당황했지만 지금은 재밌는 생각만해도 웃음이 나는 추억이 되었다.
먼저 출발한 SUV들이 먼지를 내며 달려가는 모습이 한층 투어에 대한 기대를 상승하게 했다.
처음 도착한 곳은 하얀 호수(Laguna blanca)였다. 이 에두아르도 아바로아 국립공원은 오래전 바다였기 때문인지 곳곳에 소금호수가 있다. 하지만 아타카마에 있었던 수영 가능한 호수는 아니고, 근처 지질에 포함된 광물들의 종류에 따라 희고, 푸르고, 붉고, 녹색인 호수들이다.
Laguna blanca는 말그대로 호숫물이 비누를 진하게 풀어놓은 듯 뿌연 하얀색이었다. 위키에 찾아보니 이 호수는 해발 4350m에 위치하고 있었다. 고도가 높아 더욱 푸른 하늘과 눈쌓인 산, 황량한 들판과 신비한 색의 호수가 이전에는 본적이 없는 기이한 풍광을 보여주고 있었다.
차량은 호숫가에 여행자들을 내려주고는 저멀리 정차했다. 여행자들은 호숫가를 걸으며 사진을 찍고 처음보는 신기한 풍광을 만끽하며 차량까지 천천히 걸어서 도착한다. 투어내내 해발 고도가 무척 높기 때문에 광경에 취해 여기저기 뛰거나하면 금방 체력이 소진된다. 체력에 꽤나 자신있는 사람이라도 여기서는 조금만 빨리 걷거나 뛰어도 금새 헉헉대고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 목적지는 녹색호수(Laguna Verde)였다. 호수는 진한 녹색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녹색에 가까운 색이었다. 호숫가에는 여행자들이 올려놓은 수백개의 조그만 돌탑들이 있었는데 좀처럼 이런걸 하지 않는 나도 여기서는 조그만 돌을 하나 더 올려놓고 건강한 몸으로 다시 한 번 이 곳에 돌아올 수 있기를 기원했다.
이 호수도 해발 4300m에 위치해 있는데 위키에서 찾은 Laguna Verde의 이미지는 내가 본 것보다 훨씬 더 녹색에 가까웠다. 계절에 따른 것인지, 이미지 보정의 힘인지는 모르겠지만...
위키에서 가져온 Laguna Verde의 모습
2박 3일동안 운전과 가이드뿐만 아니라 점심식사 준비까지 담당하는 볼리비아 아저씨(나보다 나이가 적을게 틀림없지만)는 처음엔 좀 무뚝뚝해보였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쾌활하고 잘 어울렸다. 아마도 볼리비아의 인건비가 무척 싸기 때문에 이 사람이 투어내내 고생한 것에 비해 너무도 부족한 보수를 받을게 분명하지만 여행자에게 팁을 요구하거나 불만을 표시하는 일이 없었다. 그랬기 때문이겠지만 투어를 마친 후 우리 차에 탔던 사람들은 이 운전사에게 매우 후하게 팁을 주었고, 떠나면서 운전사의 환한, 너무나 환한 얼굴을 보았다.
30대 후반부터 70대 초반의 여행자들을 안내하느라 고생했던 볼리비아 운전사
다음으로 도착한 곳은 살바도르 달리 사막이다. 살바도르 달리는 스페인의 유명한 초현실주의 화가인데, 그의 그림과 이곳의 풍경이 닮아있어서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우유니 투어 내내 그랬지만 특히나 이곳은 비현실적인 공간에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안데스 산맥이 환태평양 조산대에 속해있기 때문에 지진이 빈번하고 화산도 많은데, 이렇게 건조한 사막에도 간헐천이나 온천이 있다는 것은 의외였다. 온천에는 몸을 담글 수 있도록 만들어진 곳도 있는데 노천에다 물이 나오는 곳에다 어설프게 만들어놓은 탕이 전부였지만 뜨끈한 온천물에 들어앉아 비현실적인 풍경을 보고 있으면 세계 어느 유명한 온천 부럽지않은 느낌이었다. 다만, 옷을 갈아입을 수 있게 만들어놓은 허름한 칸막이에도 이곳 물가로는 꽤 높은 요금을 받고 있기 때문에 여행자들끼리 서로 적당히 가려주며 갈아입어야 한다.
세계 어디에서도 해발 4000m가 넘는 곳에서 이런 풍경을 보며 온천을 즐길 수 있는 곳은 없을 것 같다.
나는 칠레에서 볼리비아쪽으로 투어를 했기 때문에 첫날 들렀지만 반대로 방향으로 투어를 하면 마지막날 오전에 이 온천에 들르게 된다. 그러면 춥고 힘들었던 몸을 이 온천에서 풀고 투어를 마칠 수 있어서 좋을 것 같았다.
우유니 투어편을 쓰기 시작하면서 하루일정을 블로그 한편으로 마무리하려고 했는데 쓰다보니 올리고 싶은 사진도 많고 내용도 너무 길어졌다. 사진을 너무 많이 올려서인지 블로그가 느리고 버벅여서 적당히 자르고 두세번으로 나눠야 할 것 같다. 급하게 여기서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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