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라스에 머문 시간은 3박 4일이었지만 첫날은 저녁에 도착했고, 마지막 날은 점심때쯤 떠나야했기 때문에 실제 머무른 것은 이틀정도였다. 리마에서 사흘후에 멕시코로 가는 비행기를 예매한터라 와라스에 더 머무를 수가 없었다.


리마에서의 일정을 줄이더라도 와라스에 더 머물고 싶었다. 산타크루즈 트레킹을 할 시간은 안되더라도 다른 트레킹이나 투어를 하면서 아름다운 안데스를 더욱 눈에 담아두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페루의 수도이자 많은 볼거리를 가진 도시인 리마를 포기하기도 어려웠다. 리마에서의 여행도 무척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있다. 생각해보니 어차피 방법은 하나밖에 없었다. 비행기 예약을 취소하고 더 머무르는 것.


아침 식사를 마치고, 버스 출발시간까지 호스텔 옥상에서 시간을 보냈다. 마침 날씨도 그리 나쁘지 않아서 와라스를 둘러싸고 있는 산들과 그 뒤 설산들까지 한눈에 들어왔다.




위키피디아에서 찾은 와라스 자료에는 인구가 12만명이 넘는 것으로 나오는데 한눈에 봐도 그정도 크기가 아니다. 어제 트레킹을 하기 위해 택시를 타고 가면서 봤던 와라스 주변의 작은 마을들을 모두 합해서 그렇지 도심은 그리 크지않았다.



구름이 걷히고 설산이 모습을 드러내주었으면 했지만, 날씨는 떠나는 여행자에게 그런 선심을 쓰지 않았다. 한편으로는 그게 낫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토레스 델 파이네에서 그렇게 궃었던 날씨가 트레킹 마지막날에서야 평소 쉽게 보기 힘들만큼 좋아져서 속이 쓰렸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아침에 머물렀던 침대를 정리하면서 어제 물통으로 썼던 PET 병이 심하게 찌그러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4500미터가 넘는 69호수에서 마지막으로 물을 다 마시고 잠궜는데 3000미터쯤 되는 와라스에서는 기압이 높아져서 PET 병이 찌그러진 것이었다. 다이빙을 할 때도 기압에 대해 설명을 들었고, 우유니 투어때도 아타까마에서 산 감자칩 봉지가 우유니에서는 터져 있어서 놀랬었는데, 여기서는 거꾸로 공기가 줄어드는 경험을 하니 재미있었다.


와라스에서 탄 버스가 출발한지 한참 되고나서 출출한 김에 와라스에서 사둔 감자칩을 먹으려고 꺼냈더니 이 감자칩 통마져 심하게 찌그러져 있었다. PET병보다는 훨씬 탄탄할테고 안에는 감자칩이 가득 차 있는데도 상관없었다. 물론 안에 들었던 감자칩은 심하게 부서져 있었다.


어렸을 때 배운 공기압을 마흔에 가까운 나이에 눈으로, 몸으로 실습을 한다. 머리로 안지 수십년 된 지식을 실습을 통해 그 위력에 놀랜다. 그리고, 이런 압력을 조절하는 신체의 능력에 새삼 감탄한다. 재밌다, 이래서 여행은 더욱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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