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마를 출발한 비행기가 멕시코시티에 도착한 것은 늦은 오후였다. 공항에서 서둘러 버스를 타고 멕시코시티 구도심에 있는 호스텔에 짐을 풀었다. 그때까지도 밤에 낯선 도시에 도착하면 약간은 긴장이 되었다. 더구나 외신에서 마약카르텔과 관련된 험한 사건사고가 많이 보도되는 멕시코 아닌가.
남미여행중 만났던 어학 연수중인 대학생은 처음 멕시코시티에 도착한 날, 가판에 파는 신문에서 마약조직이 육교에 상대편의 시체를 매달아놓은 사진을 보고 일주일간 숙소밖을 나가기가 두려웠다고 했다. 또 다른 대학생은 멕시코시티를 기준으로 미국국경까지 북쪽은 치안이 위험하지만 남쪽으로는 사람들도 무척 친절하고 좋았다고 했다. 이런 이야기들을 들어서인지 처음엔 멕시코시티에 대한 인상이 썩 좋지는 않았다.
숙소에 짐을 풀고 저녁을 먹으러 나섰다. 구도심이라 현지인과 여행자들이 많아서인지 길거리 음식을 파는 노점들도 상당히 많았다. (멕시코는 동남아를 제외하고는 다양하고 저렴한 길거리 음식이 많은 편이었다.) 아는 멕시코 음식이라고는 타꼬와 또르띠야 밖에 없지만 기름기가 줄줄 흐르는 음식들을 이것저것 골라 광장 보도에 앉아 먹었다. 무슨 음식인지도 모르겠지만 노점에서 산 음식치고 무척 괜찮았다. 멕시코 여행중에는 먹는 즐거움이 크겠구나 싶으니 괜히 멕시코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남미 여행을 마치고 적도를 넘어온터라 계절도 바뀌어서 여름에 접어들던 날씨가 늦은 가을이 되었다. 다만, 멕시코 시티도 꽤나 적도에 가까이 위치한 도시라 춥지는 않았지만 아침저녁으로는 쌀쌀한 느낌이 들었다.
커다란 멕시코 국기가 게양되어 있는 헌법광장(Plaza de la Constitución)
숙소는 멕시코 구도심의 중심인 헌법광장 혹은 소칼로광장(Zocalo)이라 부르는 커다란 광장 근처에 있었다. 광장 주변은 멕시코시티 대성당, 사그라리오 성당, 국립궁전 등에 둘러싸여 있어서 주변에만해도 볼거리들이 무척 많았다. 하지만 첫날 멕시코시티 여행의 시작은 세계 3대 고고학박물관인 국립 인류학 박물관에서 하기로 했다. 박물관에서 대략이나마 마야문명에 대해 이해하고 멕시코 여행을 시작하는게 도움이 될 것 같아서였는데, 실제로도 그랬다. 광장에서 지하철을 타고 박물관으로 향했다.
멕시코시티의 메트로폴리타나 대성당(Catedral Metropolitana de la Ciudad de México)
생각외로 깔끔한 멕시코시티의 지하철
지하철에서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지하철 노선을 심플한 아이콘으로 표시한 것이었다. 여행자 입장에서는 너무 많은 정보를 담고 있는 복잡한 노선도보다 알아보기 쉬운 이런 노선이 훨씬 편하다. 오래전 마야인들의 미적감각이 후손들에게 계속 유전되고 있는지 멕시코 출신의 유명한 화가, 건축가들이 많을뿐만 아니라 도시 곳곳에 마야의 문양을 바탕으로 디자인한 것들이 자주 눈에 띄었다.
인류학박물관은 커다란 차풀테펙 공원 한켠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지하철에서 내려 공원을 가로질러 걸었다. 아침이라 한가한 공원을 걸으니 기분마저 좋아진다.
마야의 독특한 이미지를 현대적으로 디자인한 표지석. 위에 올라앉은 메뚜기(?)가 귀여워 보인다.
국립 인류학박물관(Museo Nacional de Antropología) 정문
박물관 정문을 지나 내부로 들어오니 한개의 기둥이 받치고 있는 거대한 캐노피가 눈에 들어왔다. 박물관을 유명한 건축가가 설계했다는데(이름 기억안남), 그 중에서 박물관의 상징적인 구조물이 이 캐노피이다. 한개의 기둥을 가진 건축물 중에서 세계에서 가장 크다고 한다.(84m) 기둥 위에서는 물이 떨어지는데 자세히 보면 기둥 표면에 마야문명과 관련된 여러가지 부조들이 새겨져 있었다.
이날 박물관에서 본 사진들을 정리하고 보니 한번에 다 올리기에는 너무 많은 양이어서 첫날 일정을 나눠 올려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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