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쿠말에서 이틀간 바다거북이와 춤을 춘 후, 다음 목적지는 멕시코 카리브해의 유명한 관광지이자 다이빙포인트인 코수멜이었다. 코수멜은 섬이기 때문에 아쿠말에서 칸쿤쪽으로 조금 더 올라간 곳에 있는 플라야 델 카르멘에서 고속페리선을 타고 가야했다. 일단, 플라야 델 카르멘에 짐을 풀고 하룻밤을 보냈다.


플라야 델 카르멘도 유명한 해변을 가진 관광지이기 때문에 해변쪽은 각종 레스토랑과 술집, 다이빙숍, 기념품점들이 모여있는 거리가 펼쳐져 있다. 하지만, 조금 안쪽으로 들어가면 저렴한 게스트하우스, 커다란 마트와 작은 음식점, 그리고 빨래방까지 있었다. 그동안 쌓인 빨래를 맡기고 마트에서 저녁거리를 사서 돌아왔다.


앞에서도 썼지만 멕시코 남부 해안가에는 새우가 무척 저렴하다. 잔뜩 산 새우를 숙소 부엌에서 굽고, 비빔국수까지 만들어 배부르게 먹었다. 멕시코 음식이 무척 훌륭하고 맛있지만 한국사람은 어쩔 수 없게도 가끔 장맛이 그립게 마련이다.


좀 더 바싹 구워야했다. 새우 머리를 먹지 않는다면 반쯤은 버리는 것이나 마찬가지기에 덜 익은 머리는 떼어내서 다시 구웠다.


스파게티면이었는지 국수였는지, 양념을 고추장으로 만들었는지 비빔면 양념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무척 잘 먹었다는 기억은 남아있다.


이튿날 코수멜로 가는 페리를 타기 위해 부두로 나왔다. 하늘은 구름한 점 없고, 바다는 온갖 다양한 파란색을 띄며 맑게 펼쳐져 있었다.





선착장으로 들어오는 배 뒤편으로 희미하게 코수멜이 보인다.


배를 탈 때도 큰 짐은 모두 태그를 붙여 짐칸에 실어준다.


배는 얼마 되지 않아 코수멜에 도착했다. 카리브해의 유명 관광지답게 무지막지하게 커다란 유람선들이 몇 척이나 떠 있었다.


코수멜에 도착해서 숙소를 잡고, 여행자들에게 저렴하면서도 서비스가 좋기로 알려진 다이빙숍에 내일 다이빙을 예약했다. 다이빙 비용은 이집트와 그다지 차이가 나진 않았다. 플라야 델 카르멘이 코수멜보다 조금 더 비싸고, 코수멜에서도 다이빙숍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기 때문에 저렴한 곳을 찾는다면 잘 알아보는게 좋다. 하지만 비용이 비싸면 배가 좋던가 식사가 잘 나올테니 맘이 가는대로 골라도 크게 상관이 없다. 이집트 후루가다 이후, 6개월만에 처음 다이빙을 하는 것이라 그동안 잊어버리진 않았을지 살짝 긴장이 되었다.



멕시코는 다른 물가도 저렴하지만 특히 커피가 무척 싸다. 제일 큰 사이즈의 음료도 우리나라의 톨 사이즈 가격보다 훨씬 저렴했다. 멕시코의 스타벅스도 미국처럼 주문자의 이름을 물어보는데, 어느새 내 이름은 볼리비아 우유니 투어를 함께했던 미국 할머니가 붙여 준 이름 존이 되어 있었다. (이름이 뭐냐는 할머니의 물음에 대답했더니, 발음이 비슷하다고 쉽게 '존'이라고 부르면 어떠냐고해서 그 뒤로 내 미국 이름은 존이 되어버렸다.)


파란 건물이 다이빙숍이다.


나는 안경을 쓰기 때문에 다이빙을 할 때는 도수가 있는 고글을 써야했다. 후루가다 다이빙숍에는 몇 개가 구비되어 있어서 그걸 빌릴 수 있었기에 다른 곳에서도 당연히 그럴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코수멜의 다이빙숍에서는 대여하는 물품중에는 도수가 있는 고글이 없었다. 다이빙을 평생의 취미생활로 하려는 마음이 있었기에 그냥 여기서 하나 장만할까도 잠시 생각했는데, 다이빙숍 주인이 새 제품을 뜯더니 빌려주겠다고 했다.


언뜻보니 70달러 정도 했던 것 같았는데 팔려고 가지고 있던 물건을 대여하는 제품으로 바꿔버렸다. 이게 멕시코 사람들의 매력이다. 멕시코 사람들은 무척 친절하고 잘 웃었다. 그리고, 타인을 대할 때도 경계하거나 자신의 이익을 따지기보다 마음가는대로 스스럼없이 대했다. 물론, 이 제품은 앞으로 나처럼 눈이 나쁜 다이버에게 대여되면서 충분히 그 값을 하겠지만 조금만 잘 구슬리면 팔 수 있을텐데도 자기네가 구비하지 못한 잘못이라며 새 제품을 빌려준다니 이 마음이 고맙지 않을 수가 없다.


타고갈 배는 커다란 왼쪽배가 아니라 자그마한 오른쪽 배다.


새 고글을 사용하게 되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비눗물에 고글안쪽을 문질러 닦는 것이다. 새 고글에는 흠집이 생기지 않도록 코팅이 되어 있는데 이 코팅이 그대로 되어 있으면 다이빙중에 고글 안쪽으로 김이 서리기 때문이다. 배를 타고 다이빙 포인트에 도착할 때까지 다이빙숍에서 준 비눗물로 계속 문질러 닦았고, 이정도면 됐으려니 하고 첫 다이빙을 시작했다. 그리고, 아무것도 제대로 보지 못한채 첫 다이빙을 마쳐야했다. 다이빙을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아서 뿌옇게 김이 서렸고, 고글 안쪽으로 물을 넣고 빼는걸 했음에도 금새 다시 김이 서렸다. 다이빙하는 내내 물 넣고 빼는 연습만 줄창 하다가 결국 다이빙이 끝나버렸다. 


점심시간을 포함해 두번째 다이빙을 하기 전까지 지문이 지워지도록 비눗물로 고글을 문질렀고, 그제야 김이 서리지 않았다. 새것이라도 무조건 좋은건 아니었다.


......


코수멜에서는 이틀간 다이빙을 했다. 원래는 더 오래, 더 자주 다이빙을 하려고 했지만 툴룸에서 잃어버린 자금의 영향 때문에 매일 7,80달러에 달하는 다이빙 비용이 부담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며칠 뒤부터 여행을 마칠 때까지 내내 후회했다. 하고 싶은 것을 하는데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때론 이것이 그만큼 가치가 있는지 고민하고 선택해야 한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곳에 자신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여기에 온 이유, 그리고 여기서만 할 수 있는 것을 생각했더라면 조금 더 오래 머물렀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 다음번 여행에서도 비슷한 상황을 맞게 되면 항상 그것을 먼저 생각하고 선택하리라.


다이빙을 한 이틀동안 출발전에 배를 찍은 사진이 전부고 정작 사진을 거의 찍지 않았다. 하다못해 코수멜 해변이나 시가지를 찍은 사진조차도 없다. 그때는 사진찍는게 귀찮았는데 지금은 무척 아쉽다.


저녁식사는 무조건 새우였다. 다이빙을 마치면 숙소에서 샤워를 하고나서 새우를 사러 마트에 갔다. 제일 큼직하고 좋은 새우로 사서는 올리브유를 두르고 마늘과 함께 구워 먹었다. 멕시코 남부를 여행하면서 먹었던 새우의 양이 아마 한국에서 최근 몇 년 동안 먹은 새우보다 많았을 것이다. 정말 원없이 새우를 먹었다.





여행을 시작하기 전에 세운 계획으로는 멕시코 여행의 마지막은 칸쿤에서 편안하게 며칠 보내려고 생각했었다. 최근 몇년간 가장 각광받는 신혼여행지 중 하나인 칸쿤의 고급 리조트에서 편안히 쉬면서 여행 막바지의 피로도 풀 계획이었다. 하지만 툴룸, 아쿠말, 플라야 델 카르멘, 코수멜의 아름다운 바다를 보고나니 칸쿤이 전혀 기대가 되지 않았다.(현지사람들의 이야기도 칸쿤은 파도도 많이 치고 해변이 다른 곳에 비해 좋지 않다고 했다.)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리조트 안에 머무는 것보다 차라리 하루종일 바다를 보고 있는게 더 나을 것 같았다. 그래서, 칸쿤을 포기하고 플라야 델 카르멘에서 셀하(xelha, 스노클링을 할 수 있는 해상공원)에 다녀오기로 일정을 바꿨다.


하루하루 멕시코를 떠나야 하는 날이 다가오는게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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