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는 태국 북부에 위치하고 있고 비교적 남부지방보다는 연평균 기온이 낮은 편이라고 한다. 하지만 비교적이라는 것이고 절대 시원하다거나 쾌적하다고 할 수는 없다. 내가 방문했던 4월 중순의 치앙마이는 여름의 우리나라보다 훨씬 더웠다. 이 더위 속에서 돌아다니려면 잘 먹어야한다는 생각에 아침부터 열심히 인터넷을 뒤져서 찾아간 곳은 일명 '보트누들'로 유명한 식당이다.




왜 보트누들인지는 모르겠지만 식당에서 국수를 퍼주는 아저씨의 자리가 배 모양으로 되어 있었다. 어쩌면 바다나 강에서 고기를 잡던 어부들이 배에서 끓여 먹던 국수는 아니었을까.


기원이야 어쨌든 국수맛이 일품이다. 국수 위에 숙주나 고수같은 야채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고기와 피쉬볼이 잔뜩 올라가 있고 MSG맛이 좀 나긴하지만 국물도 진했다. 방콕 까오산을 여행했던 사람이라면 짜오프라야 강변쪽에 있는 고기국수 집을 많이 가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곳의 국수가 더 맛있었다.


치앙마이 여행의 첫번째는 성벽으로 둘러싸인 구시가의 서쪽에 있는 '왓 프라씽'에서 시작했다. 왓 프라씽은 치앙마이에서 가장 크고 유명한 사원이며 오래전 실롬(스리랑카)에서 만들어져서 이 곳에 보관되고 있는 신성한 불상이 모셔진 사원이다.






왓 프라싱에서 무슨 행사라도 있는지 긴 장대에 뭔지 모를 깃발(?)이 달려 있었고 입구에는 연꽃 봉오리를 팔고 있었다. 게다가 내부 전체를 촘촘하게 줄로 연결해 놓았는데 자세히 보니 그 줄에는 지폐를 끼우도록 만들어진 길죽한 뭔가가 달려있었다. 이때는 처음이라 빈 곳이 많았지만 며칠 뒤에 다시 왔을 때는 더 매달 곳이 없을만큼 빽빽하게 달려있었다. 지폐를 끼워서 부처님께 공양하고 소원을 비는 것 같았다.


무심코 지나가다 깜짝 놀란 고승의 '밀랍인형'


존경 받았던 고승의 생전모습을 동상으로 만들어 예를 표하는 듯



동남아에서는 부처님이 큰 뱀위에 앉아있고 머리 위로 뱀들이 둘러싸고 있는 형태의 불상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이것은 동남아에 불교가 전파되기 전에 힌두 문명권이었기 때문에 힌두교의 '나가'가 불교화된 것인데 '나가'의 머리가 점차 부처님의 머리 뒤에서 보이는 후광으로 변했다고 한다.


불교에서 신성시되는 흰 코끼리


이 법당 앞에도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에서 본 것과 유사한 나가의 모습을 한 뱀이 조각되어 있다.


행사를 준비하는 스님들


라오스에서 봤던 '공'이 매달려 있는데 공을 치고 소원을 빌 수 있다.


스님들이 수행하던 곳이라고 한다. 창문도 없고 내려올 수 있는 계단도 없다. 면벽수행이란 이런 것이었나보다.


더운 곳을 여행할 때는 무리하지 말고 자주 쉬어줘야한다. 왓 프라싱을 나와서 더위를 피해 와위 커피에 들어갔다. 방콕이나 파타야에는 스타벅스 같은 해외의 유명 커피 브랜드가 들어와 있고 가격도 우리나라와 엇비슷하게 비쌌는데 치앙마이에는 사진에서 보이는 와위커피라던지 블랙 캐년 커피 같은 현지 브랜드가 유명하고 가격도 훨씬 저렴하다.(아마도 현지 브랜드였던...)


사원의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현 태국국왕이 청년시절에 수행했던 사원이었다. 태국에서는 사회 지도층일수록 젊은 시절에 일정기간을 사원에서 승려로 보낸다고 한다.




또 한가지 동남아의 불교 문화로 사원에서 파는 금박을 사서 불상에 붙이고 소원을 빈다. 며칠 뒤면 이 불상은 금박이 빽빽하게 붙여질 것이다.



사원에는 사진처럼 종들이 쭉 매달린 곳이 있는데 사람들이 마음속으로 소원을 빌며 이 종들을 하나하나 치면서 지나간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종을 쳤는지 나무가 종과 닿는 부분이 닳아서 움푹 패여있었다.






방콕의 왓 프라깨오에 있는 태국에서 가장 소중한 보물인 에메랄드 불상이 처음에는 이 곳 왓 체디루앙에 있었다고 한다. 지어진지 600년이 넘은 왓 체디루앙을 돌아 들어가면 16세기에 지진으로 소실된 거대한 본당이 나온다. 일부 무너져있지만 크기가 제법 거대했다.


하루종일 여러 사원들을 돌아다니느라 피곤하고 사원들의 이름도 헷갈릴 즈음 구도심을 관통하는 도로에 야시장이 서기 시작했다. 동남아에서는 더위를 피해 밤에 시장이 많이 서는데 야시장에서는 여러가지 먹거리와 악세서리, 기념품 등등을 팔기 때문에 구경하는 재미가 특별하다. 게다가 야시장의 규모가 꽤 커서 구도심의 양쪽 끝까지 노점들이 가득했다.




태국식 해물전인지 오므라이스인지... 전에다가 홍합, 오징어 같은 해산물과 숙주를 넣어서 주는데 빨간 소스에 찍어 먹으면 해산물과 아삭한 숙주가 어우러져 꽤나 맛있었다. 처음에는 과연 맛이 있을까 주저하며 주문했지만 게눈 감추듯 해치우고 또 다른 먹거리를 찾아 헤매게 되었다.





치앙마이는 바다와 접한 곳이 아닌데 조개, 홍합, 새우, 오징어 등등을 파는 곳이 많았다. 특히나 오징어 몸통을 잘라서 구워 파는 곳에서는 몸통의 일부분일뿐인데 그 거대한 크기에 가래떡인 줄 알았다.



치앙마이의 주말 야시장은 다양한 먹거리와 손으로 제작한 악세서리와 소품으로 이 곳을 여행하는 여행자들에게는 무척이나 유명한 곳이고 꼭 둘러봐야 하는 곳이다. 하지만 주말에만 열리기 때문에 여행기간이 맞지 않으면 보고 싶어도 볼 수가 없다. 그런데 주말도 아닌데 시장이 열렸으니 이상하다 하면서도 이 야시장이 그 주말시장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 이유는 다음날이 되어서 알게 되었다. 라오스에서부터 궁금했던 그 수수께끼까지 다 풀리며...


여하튼, 일년간 여행하며 각지의 시장들을 봐왔지만 이 곳처럼 다양한 물품들을 저렴하게 파는, 그러면서도 품질도 상당히 좋은 곳은 없었던 것 같다. 맘껏 구경하고 먹고 즐길 수 있는 최고의 야시장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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