쏭끄란 두 번째 날이 밝았다. 어제 하루종일 물벼락만 맞았던 나도 오늘은 본격적으로 축제를 즐기려고 난생 처음으로 물총을 구입했다. 아침을 먹고 거리로 나가보니 이미 물축제가 시작되어 있었다.



이렇게 대놓고 물총으로 물을 쏘고, 가끔은 얼음을 띄운 차가운 물을 양동이째 부어대거나 성능이 너무 좋은 물총에서 나온 물줄기가 얼굴을 직격하기도 하지만 아무도 기분 나빠하거나 성질을 내지 않는다.



더위에 지친 아주머니는 그늘에서 잠시 휴식 중


별의 별 물총이 다 있지만 이런 커다란 물통을 등에 질 수 있는 물통이라니...


축제를 즐기는데 남녀노소가 없었다. 꽤 나이가 많으신 할머니도 가벼운 차림으로 물총을 쏘고 있다.


가족들과 같이 나온 꼬마가 선글라스까지 끼고 물총을 열심히 쏘고 있자...


그 모습이 귀여웠던지 한 남자가 웃으며 슬그머니 다가오더니...


머리 위로 냅다 물을 부어버렸다.


어안이 벙벙한 꼬마 명사수들이 아빠를 보고 있고, 아빠는 웃음보가 터졌다.


이런 과감한 복장을 하고 축제를 즐기는 이들도 있어서 여러가지 볼거리를 제공한다.


조금이라도 유리한 뭔가를 가지고 있다면 오히려 집중 표적이 된다.


오전내내 축제를 즐기고 잠시 쉬면서 점심을 먹고 나오니 구도심을 지나는 도로에 뭔가 시작되려는지 도로를 텅비우고 사람들은 길가에 쭈욱 서 있었다. 잠시 후, 타이 전통 복장을 한 여인들이 뭔가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행진을 시작했다.


전통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들도 행진하고,


꽃으로 치장한 예쁜 어린이들도 행진을 했다.



정치인 분위기의 중년 남자 뒤로 나타난 것은



화려한 수레에 실린 불상이었다.


쏭끄란 축제의 공식적인 행사는 1년에 한번 치앙마이의 모든 사원에서 준비한 화려한 수례에 불상을 실고 퍼레이드를 하는 것이었다. 치앙마이에는 사원이 매우 많기 때문에 불상이 실린 수레와 그 앞뒤로 행진하는 사람들의 퍼레이드도 끝없이 이어졌다. 유명하고 큰 사원에서 준비한 퍼레이드는 화려했고, 작은 사원의 퍼레이드는 소박했지만 사람들은 모두다 진지한 표정으로 준비한 꽃잎을 띄운 물을 불상에 뿌리고 한해의 안녕과 행복을 기원하는 듯 했다.






퍼레이드 중간에 귀여운 복장과 앙증맞은 무당벌레 물총을 든 서양 여행자들의 모습이 재밌다.




불상에 부을 꽃잎 띄운 물을 정성스레 준비한 불신자


꽃잎을 띄운 물을 비닐에 담아서 팔기도 한다.



타이 사람치고는 꽤 키가 크고 훤칠한 남녀가 행진한다. 아마도 연예인인듯.


퍼레이드가 끝나고 다시 한바탕 물놀이를 하고


해가 뉘엿뉘엿 질때쯤 여행자들의 피곤한 몸을 쉬고 주린 배를 채워줄 어제의 야시장이 다시 선다.


어제 감탄했던 타이식 해물전을 한번 더 먹고 다시 야시장을 구경하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여행을 시작한지 두 달째 이렇게 하루를 완전히 놀면서 보낸 것도 처음이 아니었나 싶다. 치앙마이의 쏭끄란 축제는 동남아에서의 여행을 마무리하며 그동안 쌓인 피로를 완벽하게 풀어준 소중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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