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치앙마이에서 이렇게나 오래 있을 계획은 아니었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했던 쏭끄란 축제를 즐기고 나서 치앙마이가 무척 마음에 들어버렸다. 하루종일 하는 일 없이 동네 구경을 다니고 먹고 싶었던 음식도 먹고 하다보니 9박 10일이라는 긴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두 달간 인도차이나 반도 4개국을 여행하면서 가장 오랫동안 머물렀던 곳이 치앙마이다. 생각 같아서는 근처 치앙라이, 빠이, 매홍손 같은 곳도 가보고 싶었지만 어느새 떠날 시간이 되어버렸다.


오후 늦게 치앙마이에서 방콕으로 돌아가는 버스에 올랐다. 참고로 치앙마이에서 방콕까지는 12시간쯤 걸린다. 도로 사정이 좋은 편이기 때문에 거리에 비해서 오래 걸리는 편은 아니다. 게다가 다양한 가격대의 버스가 수시로 다닌다. 비행기의 비즈니스석 정도 되는 좌석 크기에 큼직한 개인별 모니터까지 달린 버스도 있다. 하지만 태국 제 1,2의 도시를 잇는 교통편이므로 이용하는 사람이 많아서 맘에 드는 버스를 타려면 예약은 필수다. 나는 며칠 전에 예약했음에도 원하는 버스를 탈 수는 없었다.


이른 새벽 방콕 외곽의 시외버스터미널에 내려서 택시를 타고 시내로 들어왔다. 많은 차와 사람들이 뭄비는 모습에 방콕에 다시 왔다는 실감이 났다. 저녁에는 두달 전에 두번이나 시도했음에도 줄이 길어서 실패했던, 요즘 방콕에서 떴다는 치킨과 쏨땀을 파는 맛집을 가보기로 했다. 해가 질때쯤 숙소에서 나와 기분 좋게 걷기 시작했다.









이렇게 실망스러울수가... 치킨은 짜기만하고 먹을게 별로 없었고, 쏨땀은 특유의 향이나 맛이 없이 밋밋하기만 했다. 여기가 방콕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최신 맛집이라니... 우리나라도 세대에 따라 입맛이 바뀌는 것처럼 여기도 퓨전이 대세인가? 비싼 가격과 예상치 못한 맛에 실망 잔뜩하고 나왔다. 동남아 음식 특유의 향이나 맛을 싫어하는 사람이 살짝 쏨땀을 맛보려고 가는 정도의 의미 밖에 없을 것 같다.


이튿날은 떠나기에 앞서 마지막으로 까오산에 가서 시간을 보냈다. 생각나던 국수도 먹고 현지인들이 이용하는 마사지 가게에 가서 마사지도 받았다.





이렇게 두 달간의 동남아 여행을 마쳤다. 내일은 터키 이스탄불로 가는 비행기를 탄다. 난생 처음 중동국가라 설렘과 긴장을 동시에 느끼며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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