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비아 코파카바나에서 아침에 버스를 타면 국경을 지나 점심때쯤 페루 푸노에 도착한다. 동남아에서도 12시간 가량 걸리는 야간 버스를 자주 탓지만 남미에서는 툭하면 24시간 버스였기 때문에 반나절 정도 거리는 매우 짧게 느껴진다.

[페루쪽에서 바라본 볼리비아-페루 국경, 아침부터 많은 사람들이 국경을 넘는다]

[페루쪽 국경 모습, Peru 디자인이 예뻐서 찍었는데 티셔츠, 배지 등등 많은 곳에서 사용되고 있었다]


푸노 버스터미널에서 택시를 타고 도착한 광장에는 축제가 있는지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고, 길바닥에 여러 색깔의 모래와 꽃잎 등을 사용해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여행중에 생각지 못했던 볼거리가 생기면 왠지 공돈이라도 생긴듯한 기분이 들고, 마음은 설렌다.

 

[골목 곳곳에 그려진 모래그림, 아주 정성스럽게 그리고 있다]

모래 그림을 좀 더 구경하고 싶었으나 배가 무척 고팠고, 첼시 대 맨유라는 EPL 빅게임이 있었기 때문에 나중에 보기로하고 바쁘게 축구경기를 중계하는 레스토랑을 찾았다. 그렇지만 두시간 후, 축구 경기가 끝나고 나온 골목에는 이미 모든 모래 그림이 치워져 있었다. 정성스레 그린 그림을 완성하자마자 치워버리는건 왜 그러는건지 알수없다. 그러나, 축제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는게 다행이었다.

대부분의 카톨릭 국가에서는 성인의 날이나 축제일에 성당의 성모상이나 성인상을 가마에 태우고 퍼레이드를 하는데 이 퍼레이드가 끝난 후에 본격적인 축제가 시작된다.(생각해보니 카톨릭 국가뿐만 아니라 불교국가도 마찬가지. 태국 송크란 축제때는 치앙마이의 모든 절에 있는 불상을 가마에 태우고 퍼레이드를 했었다.)

퍼레이드가 끝난 후, 전통복장을 입은 남녀들이 빙글빙글 도는 춤을 추고 뒤에서는 악단이 따라 가면서 연주를 하는 행렬이 계속되었다.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 전통복장을 한 페루여인들]

[손에는 나무로 만든 악기를 돌리면서 자신도 빙글빙글 도는 춤을 춘다]

[춤에는 전혀 감각없는 나도 흥겹고 정다운 느낌이 들게한다]

[마을 사람들이 모두 참여한 소박한 동네 마을 악단 같다]

[어딜가도 축제를 가장 즐기는 사람은 아이들이 아닐까?]


축제 초반에는 마을 사람들로 구성된듯한, 화려하고 멋있진 않아도 소박한 옷차림과 악단으로 구성된 팀들이 춤을 추면서 행진을 한다. 뒤에는 대규모 인원에 화려한 장식으로 꾸민 무용수들과 브라스 밴드로 구성된 팀들이 나오는데 나에게는 누구나 축제를 즐기는 듯한 소박한 팀들이 훨씬 좋게 보였다.

[리오 카니발처럼 크고 화려하진 않지만 참여한 사람도 구경하는 사람도 즐기는듯해서 보기 좋았다] 

푸노가 그리 크지 않은 도시다보니 관광객도 많지 않아서 구경하는 사람들은 현지인들이 대부분이고, 구경하는 현지인보다는 축제에 참여한 현지인들이 더 많았다. 그야말로 관광객들을 끌기위한 상업적인 축제가 아닌, 그네들이 즐기는 축제인듯해서 더욱 부럽고, 좋았다.

어느 신문에선가 우리나라가 축제가 가장 많은 나라라는 기사를 봤다. 지자체에서 수많은 축제와 행사를 하지만 정작 거기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즐기는 축제는 거의 없는게 아쉽다. 돈벌이의 수단으로 보기보다 열심히 살다가 특별한 날 마음놓고 즐길수 있는 개념이라면 그것이 진정한 축제가 아닐까.


[축제에 참여한 꼬마 무용수, 눈빛이 제법이다]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 팀들의 줄이 끝도 안보이게 이어져있다]

[몇 시간동안 차례를 기다리면서도 연습을 계속한다]

[축제에 먹거리가 빠질 수는 없는 법. 어렸을적 운동회하고 비슷하다]



밤이 되어도 축제는 계속되고, 마지막으로 성당에서 나온 성인의 상을 다시 성당안으로 모시는 일로 축제가 끝난다. 그리고, 마지막은 당연히 불꽃놀이.

예상치못한 축제를 즐기고나서 푸노의 축제에 대해서 찾아보니 매년 2월 2번째주에 2주동안 칸델라리아 성모제가 열리는데 커다란 가면을 쓰고 악마의 댄스를 춘다고 한다. 내가 10월말에 봤던 이 축제는 칸델라리아 성모제의 축소판이었던 걸까?


푸노에서의 띠띠까까 호수

푸노에서 할 수 있는 띠띠까까 호수 투어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우로스섬 투어이다. 우로스섬은 띠띠까까 호수의 갈대로 만들어진 섬으로 이 투어는 우로스 섬에서 예전 생활 모습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엿보는 투어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너무 상업적으로 물들어버린 씁쓸한 느낌이 강했다.

[우로스 섬로 가는 길, 물이... 녹색이다]

[갈대 수로를 따라 녹색 물보라를 일으키며]

[멀리 물위에 떠 있는 우로스 섬이 보인다]

[하나의 큰 섬으로 되어 있는게 아니라, 몇몇 집들끼리 모인 조그만 섬 여러개로 되어 있다]

[가이드 아저씨가 갈대로 어떻게 섬을 만들었는지 한참 설명해준다. 솔직히 지겹다.]

[수를 놓고 있는 아낙네. 전부 관광객에게 팔기 위한 것이다.]

[마을이라기 보다는 관광객에게 기념품을 팔기 위한 곳 같아서 아쉽다.]

[마지막으로 현지 아낙네가 노를 젓는 전통 갈대배를 10분 정도 탄다. 투어비에 비포함.]


푸노는 드넓은 띠띠까까 호수에서 안쪽으로 깊숙히 들어간 부분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물이 좀 더럽다. 띠띠까까 호수가 다 그런건 아닌데 푸노만 방문한 여행자들은 착각할수도 있겠다.

우로스섬 자체는 예전 띠띠까까 호수 위에 살던 잉카인들의 삶을 볼 수 있어서 의미가 있지만, 지나치게 상업화된게 아쉽다. 물론 그네들도 먹고 살기 위한 거라고 하더라도 분명 적정선을 넘어온 느낌이다.

볼리비아의 코파카바나도 페루의 푸노도 나름의 매력을 지닌 곳이긴 하지만, 띠띠까까 호수를 보기 위한 여행자라면 개인적으로는 코파카바나쪽이 더 나은 것 같고, 특히나 태양의 섬 트레킹을 강하게 추천하고 싶다. 하지만, 코파카바나는 작은 마을이라 볼거리가 없기 때문에 그 밖에 다른 구경거리를 원한다면 푸노도 나쁘지 않다. 칸델라리아 성모제 에 방문하는 여행자라면 물론 푸노를 빠뜨릴 수 없다.


나는 두 도시 모두 무척 좋은 느낌을 갖게 되었다. 다시 가더라도 두 도시 모두 방문하고 싶다.


띠띠까까 호수는 남아메리카에서 가장 큰 호수이자 운송로로 이용가능한 호수 중에서 세계에서 가장 높은 해발

3812m에 위치한 호수이다.(위키백과 참조) 특히, 이 호수에는 잉카 문명이 시작된 곳이라고 생각되는 태양의 섬

(Isla del Sol)이 있다는 역사적인 의미가 있다. 잉카인들에게는 우리나라의 백두산 천지와 비슷한 의미가 있는 곳이

아닐까.

띠띠까까 호수의 넓이는 우리나라 충청남도보다 크고, 볼리비아와 페루 두 나라 국경에 있기 때문에 보통 여행자들은

볼리비아의 코파카바나와 페루의 푸노를 통해 띠띠까까 호수를 방문하게 되는데, 이 두 도시는 서로 멀지 않기 때문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두 도시중에서 일정에 따라 한 곳만 방문하는게 보통이다.

빡빡한 일정을 싫어하는 나는 두 도시에서 각각 2,3일을 지냈었고, 서로 다른 매력을 가진 좋은 곳으로 기억하고 있다.


볼리비아 코파카바나에서 본 띠띠까까

볼리비아 라파즈에서 해발 3,4000m의 황량한 안데스 고원지대를 달리다 보면 갑자기 커다른 호수가 나타난다.

나루터에서 내려 버스나 차를 실어 나르는 배와 사람이 타고 건너는 배를 따로 타고 건넌 후, 다시 버스를 타고 간다.

[척박해 보이는 고원에서도 사람들은 살아간다.]

[버스나 차를 건너편으로 실어나르는 나룻배]

[사람들을 실어 나르는 나룻배 안에서]


물을 건너 다시 버스를 타고 한참을 가다보면 거대한 띠띠까까 호수와 상대적으로 자그마한 도시 코파카바나에 도착한다.

[멀리 보이는 코파카바나. 구름이 수면에 닿을 듯 낮게 떠 있다.]

코파카바나는 마을이라 할만큼 작은 도시이다. 투어를 하는 배들이 수시로 드나드는 이 선착장도 항구하기는 민망할만큼 작지만 여기서 보는 경치가 좋아서 오랫동안 앉아 있었다.

[띠띠까까 호수 투어를 하는 배가 출발하는 코파카바나의 선착장]

[항구에서 혼자 한참을 놀고 있는 아이]

띠띠까까 호수에서 잡히는 송어(뜨루차)를 튀긴 음식은 이곳에서 가장 유명하지만, 아무거나 가리지 않는 내 입맛에도 그냥 물고기 튀김일뿐 별다른 감흥은 없었다.

맛보길 원한다면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식당보다 현지인들이 이용하는 식당이 좋다. 맛의 차이는 없는데 가격은 몇배나 차이가 난다.

[튀긴 송어에 쌀이나 옥수수, 고구마(?)를 같이 먹는다]

뜨루차보다 내 입맛에 맞았던 음식은 따로 있었다. 저녁이면 시장에서 팔던 꼬치구이와 구운감자, 그리고 현지식 햄버거였다. 햄버거는 적어도 맥도날드 빅맥보다는 맛있고 무엇보다 가격이 정말 싸다.

[시장에서 감자와 꼬치를 구워 파는 아주머니]

코파카바나에서 태양의 섬(Isla del Sol)을 다녀오는 투어는 아침 일찍 시작해서 오후 4시쯤 끝난다.

태양의 섬에 도착해서 유적이 있는 전망대까지만 다녀온 후에 도착했던 선착장에서 돌아가는 배를 타는 방법과 섬을 둘러보는 트레킹을 하고 다른 선착장에서 배를 타는 방법이 있다.

트레킹은 힘든 코스는 아니지만, 해발 4000m에서 3,4시간을 걷기 때문에 고지대에 적응이 덜된 여행자에게는 꽤 힘들수도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번 여행을 통틀어 매우 기억에 남는, 만족스러운 트레킹이었다.

[발로 노를 조종하시는 달인의 풍모]

[제주도를 연상시키는 돌담]

[현지인들이 전통적인 방법으로 씨를 심고 있다.]

호수를 따라 걷다보면 전망대가 나타난다. 여기서 처음 왔던 선착장으로 돌아가거나, 섬을 둘러보는 트래킹을 하거나 선택하게 된다.

트래킹을 할 때 햇빛에 민감한 여행자라면 모자와 썬글라스, 썬크림을 바르는게 좋다. 고도가 높기 때문에 덥진 않더라도 내리쬐는 햇빛이 꽤나 강렬하다.

트래킹을 마치고 도착한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코파카바나로 돌아간다.

투어를 마치고 돌아가는 배에서 본 호수. 오후 햇살이 반사되어 빛나는 호수가 아름답다.

투어를 마치고 코파카바나 선착장 근처 레스토랑에서 맥주를 마시며 본 노을도 오랫동안 잊기 힘든 기억이다.


페루 푸노에서 본 띠띠까까 호수는 다음 글에...

제목을 뭐라고 해야할지 한참 고심했다가 그냥 알프스라고 해버렸다.

아시다시피 알프스는 스위스를 중심으로 프랑스,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독일에 걸쳐있는 커다란 산맥인데, 이 산맥을

여행지라고 하기에는 범위가 너무 넓었다. 그런데, 제목을 마터호른이나 융프라우라고 하자니 이것들은 알프스의 

봉우리 이름인데 의미가 지나치게 협소하다.

좀 무리가 있더라도 스위스의 알프스라고 한다.


스위스는 배낭여행을 하기는 편하지만, 물가가 너무 비싸기 때문에 마음은 그다지 편치 않은 곳이다. 철도 교통이 

매우 잘 되어 있고, 유레일 패스가 없는 여행자더라도 철도나 케이블카를 반값에 이용할 수 있는 티켓도 있으므로 

계획을 잘 세우면 생각보다는 교통비를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이 많다. 하지만, 비싼 숙소와 음식은 여행자를 불편하게

만든다.

내가 갔을 때, 빅맥세트가 12프랑(약 15000원), 푸드코드의 가장 싼 메뉴가 20프랑 내외(대략 25000원), 호스텔의

도미토리가 40~50프랑이었다. 


알프스에서 돈을 절약할 수 있었던 방법은 부엌을 갖춘 호스텔에서 대부분의 음식을 해먹는 것이다. 점심까지도 샌드

위치를 만들어서 다녔다.

아무리 물가가 비싼 나라라하더라도 기본적인 식재료가 우리나라보다 비싼 나라는 없었다.(농담이 아니다.)

저녁에는 소고기를 사서 스테이크를 해먹어도 1만원 정도면 혼자 먹을만큼은 살 수 있다. 바게트 빵이나 햄, 치즈, 

우유, 주스를 사서 아침과 점심을 해결할 수 있다.

한국교포분이 하는 호스텔에도 묵었었는데 거기는 부엌이 없었고, 식사 제공을 하지 않기 때문에 비용 절약은 불가능

했다. 분명한 장점도 있는 반면에 단점도 있으므로 개인이 선택할 문제이지 뭐가 낫다고 할 수는 없다.


여행을 오래하다보면 여행지의 문화와 자연경관만 보는게 아니라, 우리의 모습과 그네들의 모습을 비교하게 되고,

우리가 나은 점과 부족한 점을 생각하게 된다.

대부분의 여행지에서 느낀 것은, 우리나라는 공공요금은 국민의 생활 수준에 비해 무척 저렴한 편이지만, 의식주와 

관련된 물가가 지나치게 비싸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삶의 만족도가 다른국가의 국민들에 비해 낮은 점은 

기본적인 의식주와 관련된 물가가 지나치게 비싸다는 점도 있지 않을까 싶다.

2010년 기준으로 1인당 국민소득이 7만불에 가까운 스위스보다 2만불이 조금 넘는 우리나라의 식료품 물가가 비싸

다는건 분명히 큰 문제인거다.


스위스의 여행은 루째른에서 시작했다. 루째른은 깨끗하고, 아름다운 도시이기는 하지만 본격적인 알프스를 느끼기에

약간은 부족한 도시이다. 하지만 교통편이 잘 되어 있어서 다른 도시에서 가기 쉽고, 리기산이나 티틀리스 산이 가까

이 있으므로 시간이 많지않은 여행자들은 방문할만 하다. 하지만, 융프라우나 마터호른을 방문할 계획이 있는 방문자

면 루째른에 머무는 일정을 줄이고 융프라우나 마터호른에서 더 오래 머물길 추천하고 싶다.


위 사진은 너무나 유명한 루째른의 카펠교인데 그냥 다리구나... 하는 느낌이다.

물위에 떠있는 휴지처럼 보이는 것들은 큰건 고니이다. 고니가 참 많았는데 보기엔 우아하지만 실제론 너무 큰데다

상당히 사나워서 고니들이 몰려들면 다른 새들은 슬금슬금 피한다.


[루째른의 성곽에 올라가서 본 풍경. 날씨가 흐린게 좀 아쉽다.]


루째른에서 유명한 또 하나의 기념물은 '빈사의 사자상'이다. 프랑스 혁명당시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를

지키다 전멸한 786명의 스위스 용병을 기리기 위해 화강암 벽면에 새긴 조각물로 여행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면 한번

쯤 보았을 것이다.

나에게는 별다른 느낌이 없었다. 여행 5개월째여서 무덤덤해졌나 싶었는데 의외로 그런 사람들이 많다.


루째른 근교 티틀리스 산을 가기 위해서는 페리를 타고 호수를 건넌 후, 기차로 갈아탔다. 물론 기차만 타도 갈 수 있

지만 경치도 구경할 겸 다들 이렇게 간다.


[티틀리스 산을 오르는 케이블카에서 본 정경]


티틀리스 산은 해발 3000m가 조금 넘는다. 케이블카를 세번정도 타고 한참을 올라가면, 만년설을 깎아 만든 동굴을

통과해서 산꼭대기로 갈 수 있다.


아랫쪽에는 날씨가 그다지 나쁘진 않았는데, 산꼭대기에는 구름이 많아서 아쉽게도 제대로된 경치를 볼 수 없었다.

여행중에 여러차례 느끼는 것이지만, 여행은 복불복이다. 다른 사람이 경험했다고 해서 나도 그럴거라 장담할 수 

없다. 그래서 여행이 더 흥미진진해진다.


[티틀리스 꼭대기에는 구름이 끊임없이 생겼다가 없어졌다.]

[티틀리스에서 내려와 역까지 걸어가는 중]


알프스에서 가장 유명한 산은 아마도 마터호른과 융프라우요흐일 것이다.

마터호른은 체르마트라는 마을을 통해 갈 수 있는데, 체르마트도 알프스 깊은 골짜기의 산골마을이기 때문에 해발

1600m가 넘고, 7월이었음에도 아침저녁으로는 쌀쌀하다못해 춥기까지 했다.

특히나 체르마트가 유명하게 된 것은 자연보호를 위해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내연기관을 가진 자동차를 사용하지

않는 것 때문이다. 아래 사진처럼 승용차, 택시, 버스, 화물차가 모두 비슷하게 생긴 전기자동차이다.

체르마트에 있었던 닷새동안 내연기관을 사용하는 자동차는 한번 봤는데, 쓰레기차였다. 아마 특수 목적용 자동차는

전기차로 만들기 어렵기 때문인가보다.

[택시비가 무지막지 비싸기 때문에 타보지 못했지만 마을이 작아서 탈 필요도 없다.]


마터호른만 보고 다른 도시로 이동하는 여행자가 아니라면 트래킹을 해볼 것을 추천한다.

관광안내소나 숙소에 비치된 지도에서 자신에게 알맞는 코스를 고른다음, 체력에 자신이 있는 사람은 트래킹이 시작

되는 지점까지 걸어서 올라가고, 자신이 없는 사람은 산악기차나 케이블카를 타고 시작지점까지 가면된다.

나는 중급코스 1곳, 초급코스 1곳을 걸었는데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트래킹코스 시작점까지 올라가는 케이블아 안에서


[트래킹코스 시작점까지 올라가는 케이블카 안에서. 저 멀리 구름에 쌓인 마터호른이 보인다.]


[트래킹코스 저 멀리 빙가 보이고, 길 옆으로 야생화가 흐드러지게 펴있다.]


[트래킹코스에서 만난 산장겸 레스토랑]


[이날은 구름이 많아서 무척 아쉬웠다.]


그 다음날은 아침부터 비가 제법 쏟아졌다. 티틀리스에서도 구름 때문에 그랬는데, 마터호른의 날카로운 위용을 볼 수

없나보다 하고 아쉬워하면서 어두컴컴한 레스토랑에서 다음에 가야할 곳의 정보를 검색했다. 그러다 밖으로 나왔는데

불과 두세시간만에 비가 개고 마 터호른이 위용을 드러냈다.

[체르마트 마을 다리위에서면 마터호른이 깨끗하게 보인다. 관광객들 뷰포인트]


며칠만에 맑아진 날씨에 다음 계획을 모두 연기하고 여기서 며칠 더 머무르기로 했다. 이렇게 맘에 드는 곳에서는 더

있을 수 있는게 장기 배낭여행자들의 특권이다. 

그리고, 오후가 많이 지나있었지만 부랴부랴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갔다. 내일은 또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는게 산악

지방 날씨니까.


다음날, 일어나자마자 날씨를 확인했다. 다행히 오늘도 맑음이다.

마터호른은 4500m에 가까운 높이에 뾰족한 봉우리로 전문 산악인이 아니면 올라갈 수 없다. 마터호른에 가까운 

봉우리(4000m)까지 올라갈 수 있는 케이블카를 타려고 하였으나, 가장 높은 곳을 운행하는 케이블카가 테크니컬한 

문제로 오늘은 운행이 중지되었단다. 역시, 여행은 복불복이다. 그래도 어제까지 비가 내렸으니 오늘 맑은 마터호른을

 볼 수 있는게 어딘가 싶었다.


[두번째 높은 전망대에서 찍은 마터호른.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3500m 가까이 되었던것 같다.]


[세번째 높은 전망대에서 본 마터호른. 이쪽 방향이 평소 사진에서 보던 모습과 비슷하다.]


다음으로 융프라우와 아이거를 보기 위해서 그린델발트로 갔다. 당일치기로 융프라우 산악열차를 타고 올라갔다가

다른 도시로 떠나는 여행자들은 보통 인터라켄에서 머물고, 트래킹을 한더던가 며칠 머무는 여행자들은 산과 더 가까

운 그린델발트나 라우터브루넨쪽에서 머문다.

나는 그린델발트에 있는 호스텔에서 머물렀는데, 아침식사도 꽤 잘나왔고, 무엇보다 언덕 위에 있어서 경치가 정말 

좋았다.

[호스텔 마당에서 본 풍경]


[호스텔 입구에서 보이는 아이거]


융프라우 꼭대기까지 올라가는 산악열차가 있지만, 걸으면서 알프스를 보고 싶었기 때문에 트레킹 코스를 한군데

정해서 걷기로 했다.

[케이블카를 타로 가는 길]


[트래킹 중. 산 아래에 그린델발트가 보인다.]


[7월의 알프스는 들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었다.]


[트래킹 코스는 아이들도 걸을 수 있을만큼 평이하다.]



[아이거를 보면서 걸을 수 있는 트래킹 코스]


[날씨가 나쁘지 않았음에도 아이거는 구름에 싸여 완전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스위스를 여행하면서 알프스의 아름다움에 놀라고, 그 험하고 거친 자연을 보호하며 개발해온 스위스인들에 놀랐다.

우리나라에서도 요즘 자연을 개발하는 것과 유지하는 것 사이에 종종 마찰이 발생한다. 그럴 때 보통은 자연을 유지했

으면 하는 입장이었지만 이들처럼 개발한다면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꼭 필요한 부분에서 제대

로 해야할 것이다.


스위스는 자연을 좋아하는 여행자라면 비싼 물가에도 불구하고 들러볼만한 멋진 곳이다. 스위스에 갔다면 쮜리히나 

제네바 같은 도시에 있는 시간을 줄이고, 직접 걸으면서 알프스를 보도록 권하고 싶다.


[7월 알프스에 핀 들꽃]

여행을 다니면서 많은 맑고 깨끗한 에메랄드 빛 호수를 보았지만 그 중에서 가장 보기 힘들면서도 가장 오묘하고 

아름다웠던 호수가 이번에 쓰게된 페루의 와라스 근처의 69호수이다.

69호수는 찾아가는 것부터 만만하지가 않았는데, 리마에서 와라스까지 9시간이었나... 꽤 긴거리를 버스를 타고

가야한다. 그리고 와라스에서 아침일찍 택시나 꼴렉띠보라는 현지 승합차 버스를 타고 가거나 현지 여행사의 교통편

을 이용해서 2시간정도의 비포장 도로를 간다.


리마는 바닷가에 위치한 도시이므로 해발고도가 해수면과 별 차이가 없는데 와라스는 3000m 정도이고, 트래킹을

시작하는 지점은 3800m, 69호수는 4600m가 넘기 때문에 고산지대에 적응이 덜된 여행자들은 트래킹 내내 힘들어

하기도 한다.


트래킹을 시작하기 전에 얀가누코 호수에 잠시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게 해주는데, 이 호수도 다른 어느 호수들 못지

않게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한다.


트래킹을 시작하는 지점은 평탄했고, 날씨마저 좋아서 3800m가 넘는 지점이었지만 전혀 힘들지 않았다. 하지만, 

1시간쯤 지나고부터는 슬슬 오르막이 시작되는데 정면으로는 만년설이 쌓인 산봉우리, 좌우는 폭포, 뒤돌아서서 보면

 확뚫린 골짜기의 멋진 풍경이 보이기 때문에 지루하지게 걸을 수 있다.







이렇게 두시간쯤 가다보면 마지막 가파른 언덕이 나타나는데, 이때까지 그다지 힘든 줄 몰랐지만 이 언덕을 넘을 

때는 숨이 가빠서 헉헉대고 있었다.

언제 언덕이 끝나나 생각하면서 걷다보면 어느새 시야 끝에 보석보다 아름다운 푸른 빛이 보이게 되는데, 발걸음을

옮길때마다 이 보석이 점점 커진다.

[거친 돌들과 비교되는 호수는 정말 보석처럼 보였다.] 



마침내 완전히 모습을 드러낸 호수는 왠만해서 밖으로 감정표현이 안나오는 나마저도 감탄이 나오게 만들었다.


호수는 만년설이 쌓인 산봉우리에 둘러싸여 있었고, 녹은 만년설이 바위를 따라 호수로 흘러내리며 폭포를 이루고 

있었다.

[호수를 둘러싸고 있는 만년설]



시시각각 변하는 구름과, 맑고 서늘한 바람이 더해져 푸른 하늘과 에메랄드 빛 호수는 사진으로 느낄수 없는 벅찬

느낌이 들게 했다.

30분 가량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몇 시간을 보고 있어도 지루하지 않을 것 같지만 다시 내려가야만 했다.

짧기 때문에 더욱 강렬했는지 그 시간은 정말이지 소중한 기억으로 오랫동안 간직될 것이다.


* 내려가는 길에는 날씨가 급변하여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보통 오전에는 날씨가 좋고 오후에는 비가 온다고 한다.

* 꼴렉띠보를 이용하면 비용이 절약되겠지만 인원이 차야 출발하는데다 자주 있는게 아니기 때문에 시간을 아끼기

위해서 에이전시를 이용하는 편이 나은것 같다.(늦게 출발하면 걸음이 느린 사람은 69호수까지 못갈 수도...)

* 한국 배낭여행자들은 리마에서 남미여행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경우에 고산지대에 적응이 안된 상태에서

바로 트래킹을 시작하면 고산병에 시달릴 수 있으므로 시간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와라스에서 적응하는 시간을 갖는

게 좋다. 고산병을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도 있지만 심한 사람은 병원에 입원하기도 한다.

* 와라스에서 유명한 또 하나의 트레킹은 산타 크루즈 트레킹인데, 며칠간 강행군 해야하는데다 만족도도 그리 높지

않은 것 같아서 패스했었는데 다시 방문한다면 한번 도전해보고 싶다.

우유니 소금사막과 에두아르도 아바로아 국립공원을 2박 3일 코스로 돌아보는 투어는 남미 배낭여행자라면 반드시 

거치는 코스이다. 

그러나, 아르헨티나와 칠레를 거치는 동안 볼리비아를 거쳐온 여행자들에게 이 투어에 대한 감상을 물어보면,

'괜찮았지만 너무 힘들다. 다시 간다면 한나절짜리 투어만 하겠다'는 의견도 꽤 많았기 때문에 어떻게 할지 꽤

고민이 되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한다면, '우유니 투어는 여행중에 했던 투어중 최고였다'라고 할 수 있다.


투어를 하는 2박 3일은 자연이 만든 온갖 색의 향연에 빠져있는 시간이었다.

해발 고도가 높아서 더욱 푸르게 보이는 하늘과 손에 잡힐듯한 구름, 푸르고 희고 붉은 호수들, 다양하고 묘한 빛깔

의 산들, 눈이 아프도록 하얀 소금사막, 그리고 새카만 하늘에 쏟아질듯한 수많은 별... 

우유니와 에두아르도 아바로아 국립공원은 해발 3000~5000m의 고산지대이기 때문에 미처 적응하지 못한 여행자

들에게는 아주 힘든 시간이 될 수도 있다. 게다가 내가 방문했을 때는 봄이 한창이었음에도 밤에는 꽤 춥기 때문에 

침낭에 이불까지 덮어야했다. 아마도 투어가 만족스럽지 않았던 여행자들은 추운 계절에 고산병으로 힘들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숙소에 남방기구 없다, 전등도 일찍 소등한다. 주위에 땔감조차 없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없다.)

다행히 나는 고산지대에 적응을 잘하는 체질이었는지 전혀 어지러움이나 메스꺼움, 두통이 없었다. 평소보다 숨이 

빨리 차고, 몸이 쉽게 지치는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투어중에 식사는 숙소에서 하거나, 4륜구동 차에 실어온 음식을 운전사 겸 투어 가이드가 차려준다. 식사는 꽤 만족스

러웠는데 원래 가리지 않는 편인데다가 투어내내 몸을 움직여야하니 맛없을 수가 없었다.

[점심식사는 차를 세우고 대충 앉아서 식사를 한다.]


투어의 하일라이트는 우유니 소금사막이다. 온통 하얀 색이라 원근감이 없어지기 때문에 다들 재미있는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다.

그런데, 인터넷이나 TV에서 너무 많이 봐와서 그랬는지 나에게는 좀 밍숭맹숭한 느낌이었다. 우기가 되면 얕게 물이

차서 하늘이 반영되기 때문에 신비롭고 멋진 경관을 연출한다는데 그렇지 않아서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인 우유니 투어의 하일라이트는 새벽이었다. 소변이 급해서 따뜻한 잠자리에서 억지로 일어나 어두운 복도를 

가로질러 화장실을 찾아야 했는데 그때 창밖으로 하늘을 보게되었다. 밖으로 나와서 추위에 떨며 올려다 본 하늘에는

어디가 은하수고 말고 할 것도 없이 죄다 별이었다.

하늘과 땅이 구분이 안되는 어둠속에서 나 혼자 수많은 별을 보고 있었던 그 기분은 잊혀지지 않는다.

그 전에도 이집트나 칠레 사막, 파타고니아의 산장에서 별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그때는 날씨가 그리 좋진 

않아서 아쉬움이 있었는데, 드디어 우유니에서 볼 수 있었던 것이다.

날씨가 추운데다 똑딱이 카메라 밖에 없어서 그 별들을 찍지 못한게 두고두고 아쉬웠지만, 아쉬움이 있기 때문에

언젠가 다시 오게되지 않을까.


우유니와 에두아르도 아바로아 국립공원은 신비로운 색으로 가득했다.

다른 베스트 여행지와는 구별되는 독특함이 있었고, 이번 여행에서 이와 유사한 곳은 가보지 못했다.

역시 남미를 찾는 배낭여행자들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곳이었다.


* 볼리비아 우유니에서 시작, 칠레 아따까마에서 끝나는 투어와 반대로 진행되는 투어가 있는데, 우유니에서 시작

하는 투어가 더 저렴하다고 한다.

나는 여정상 아따까마에서 우유니로 가는 투어였는데 아따까마에서 제일 저렴한 에이전시에서 당시 환율로 한화 13

만원 정도였다. 저렴했지만 숙소나 음식에 전혀 불만이 없었다.

대개, 아따까마에서 시작하는 투어는 15만원 전후, 우유니에서 시작하는 투어는 10만원 전후였는데, 칠레가 볼리비아

보다 물가가 훨씬 비싸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2박 3일동안 숙박, 식사, 교통을 모두 포함하는 투어로는 정말 저렴한 것이어서 나중에 다른 나라의 비싼 

투어와 내내 비교하게 되었다.


* 우유니 투어는 2박 3일 프로그램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가장 많이 하는 일반적인 프로그램일뿐이다.

* 2박 3일을 한대의 지프차에 1명의 드라이버와 6명의 승객이 같이하는 것이므로, 어떤 사람과 같이 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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