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개인적인 시간이 조금 생겨 3주 정도 여행을 다녀오면서 블로그에 글을 올리지 못하는 일이 생겼습니다. 작년 이맘때쯤 블로그에 여행기를 쓰기 시작하면서 스스로의 기억을 정리하는 수준이라 누군가 이 블로그에 정기적으로 들어와 글을 읽으리라는 생각은 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그동안 글을 올리지 못하는 것에 대해 크게 개의치 않았습니다. 다시 여행기를 시작하면서 가끔 이 블로그에 들어와 글을 읽었던 분이 계셨다면 왜 한동안 글이 없는지에 대해 궁금하셨을지도 모른다 생각하니 미리 알려드리지 못한 것에 대해 죄송한 생각이 들어서 이 글 앞부분에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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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하까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이 되었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와하까에서 숙소를 연장하며 5박 6일이나 있었다. 숙소도 볼거리도 먹거리도 모두 마음에 들었던 와하까를 내일 떠나기로 했다. 마지막 날은 와하까의 대표 유적지 몬떼 알반(Monte Alban)에 다녀오고나서 와하까를 대표하는 음식 몰레를 먹어 보는 것으로 일정을 정했다.
몬떼 알반이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지만 유적지는 해발고도 1940m의 알반(Alban) 산(Monte) 위에 있다. 와하까 시내에서 몬떼 알반까지 가는 버스(라고 해봐야 봉고차)에 올랐다. 어쩐 일인지 이날은 유적지 입구에 도착할 때까지는 찍은 사진이 한장도 없었다.
몬떼 알반은 198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유명 유적지이다. 그래서인지 매표소와 들어가는 입구까지 유럽의 박물관이나 유적지와 다름없이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유적 입구에서 표를 사서 들어가면 바로 유적지로 통하는게 아니라 작은 박물관 같은 곳을 통해 들어가게 되어있다.
몬떼 알반 유적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임을 알리는 표지
여행중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문화유산이 너무나 많았기 때문에 이런 표지를 봐도 무덤덤해졌다.
경기장을 사용되었던 몬떼 알반의 유적
산 위에 있는 유적이라 규모가 크지 않을거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평평한 산봉우리에 많은 유적들이 복원되어 있어서 이곳이 예전에는 꽤나 큰 큐모의 도시였음을 알 수 있다. 아직 복원을 끝내지 못한 유적들은 커다란 돌무덤이나 동산처럼 남아있었다.
캄보디아 앙코르톰 복원지에서도 봤듯이 돌 하나하나에 번호를 쓰고 꼼꼼하게 복원하고 있다.
이들의 수고로 여행자들은 그 옛날 당시의 모습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다.
과한 비용이 아니라면 입장료 내는데 인색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유적지에는 강렬한 멕시코 남부의 햇살을 피할만한 그늘이 없기 때문에 모자나 선글라스는 필수적이다.
유적지중에서 가장 큰 피라미드 형태의 유적 꼭대기에 오르니 몬떼 알반 유적이 한눈에 들어왔다. 피라미드 앞에 있는, 반듯하게 지어지지 않은 유일한 건물은 천문대였다고 한다. 멕시코와 중앙아메리카에 문명을 이룩한 아즈텍, 마야인들은 수학과 천문학에서 특히 뛰어난 문명을 이루었다고 한다.
몬떼 알반에는 아직 완전히 복구되지 못한 유적들이 많이 남아있는데 그 중에서 표면에 그림이 새겨진 돌들이 쭉 늘어서있는 곳이 있다. 그 그림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마치 사람들이 춤을 추는 듯한 모습이 새겨져 있다.
몬떼 알반 유적에 다녀온 후에 와하까를 대표하는 음식인 몰레로 유명한 레스토랑을 찾았다. 대부분의 멕시칸 레스토랑이 그렇듯이 튀긴 나초와 함께 곁들여 먹을 매콤한 소스가 기본으로 나왔다.
몰레로 유명한 이 레스토랑은 여행중에 만난, 와하까에서 멕시칸 요리를 배웠다는 여행자에게 소개 받은 곳이었는데 꽤 유명한 곳인지 식사시간대가 아니었음에도 현지인들이 많았다.
우리에게는 멕시코를 대표하는 요리로 나초, 타코, 퀘사디아 등등을 알고 있지만 정작 멕시코를 대표하는 이 몰레는 잘 알지 못한다.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요리로 불고기, 김치, 된장찌개 등이 있지만 이 요리들을 만드는 된장, 고추장, 간장 등을 외국인들이 잘 알지 못하는 것과 비슷한 것 같다.
몰레는 칠리에 초콜릿, 견과류, 여러가지 향신료를 배합한 소스이며, 배합하는 향신료에 따라 여러가지 맛의 몰레가 존재한다고 한다. 이 몰레소스에 구운 칠면조나, 닭, 돼지고기를 얹어서 요리를 완성한다. 이날 내가 시킨 몰레의 종류가 무엇이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약간 매콤한 기본 맛에 달고 고소한 맛이 가미되어 있었다. 색깔과 맛이 우리나라의 자장소스와 매우 흡사했다.
조금은 익숙한 맛이라 감탄이 나올만큼은 아니었지만 풍부한 소스에 밥과 고기를 같이 즐길 수 있어서 충분히 즐거운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야채와 고기가 가득 찬 퀘사디아도 휼륭했다.
와하까는 멕시코시티에 이어서 불과 멕시코의 두번째 도시였음에도 이미 멕시코의 매력에 깊숙히 빠져 있었다. 내일은 와하까를 떠나 치아파스 주의 작은 고산도시, 이름도 긴 '산 크리스토발 데 라스 까사스'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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